본문 바로가기

휴지통

레이저와 GPS로 바보 폭탄이 천재가 된다-스마트 폭탄

스마트폭탄

바보가 한 순간에 천재가 된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지금부터 소개할 스마트폭탄의 세계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인 범용폭탄에 몇 가지 유도키트만 달아주면 폭탄은 그야 말로 바보에서 천재가 되어 정확하게 목표를 타격한다. 이전까지의 범용폭탄은 중력과 바람에 따라 떨어질 곳이 정해졌다. 결국 정확도가 떨어져서 무차별적으로 투하될 수밖에 없었고, 목표물에 명중되기까지 여러 번의 공습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대전에 쓰이는 정확한 스마트폭탄은 목표물을 한번에 정확하게 제거한다.

 

놀라운 정확도로 명중하는 스마트 폭탄

 

 

스마트폭탄 전장을 변화시키다

스마트폭탄은 지난 1991년 걸프전에서 전쟁 상황이 실시간으로 TV 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그 위력을 대중에 유감없이 선보였다. 특히 걸프전에서는 새로운 작전 개념으로 동시에 대규모 목표를 타격하는 방식을 적용하여 150여 개의 표적을 24시간 이내에 공격하였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때에 B-17과 B-24 같은 대형 폭격기로 유럽을 1942년과 1943년에 공격하기로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표적을 단 하루 만에 공격한 것이다. 하지만 걸프전에서 사용된 스마트폭탄은 전체 폭탄의 8%에 불과했다. 반면 2003년의 이라크전에서 사용된 스마트폭탄은 전체 폭탄의 68%로 대폭 늘어났다. 스마트폭탄의 사용량에 비례하듯 이라크의 정규작전은 '충격과 공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불과 1달여 만에 끝나고 말았다.

 


스마트폭탄의 원조는 독일

걸프전과 이라크전을 통해 스마트폭탄이 미군에 의해 대량 사용되면서 스마트폭탄이 미국에 의해 개발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스마트폭탄의 원조는 독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개발한 중장갑 목표 타격용 프리츠-X(Fritz-X)가 역사상 최초의 스마트폭탄이었다. 스페인 내전 당시 독일공군 루프트바페는 이동 중인 함정에 대한 폭격이 일반적인 범용폭탄으로는 힘들자 스마트폭탄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프리츠-X는 길이 3.3m 무게 1.4톤의 초강력 폭탄에 폭 1.4m의 날개, 조절판, 꼬리날개, 유도 장치와 점광 신호기 등으로 구성된다. 폭탄의 유도과정은 폭격기에 탑승한 승무원이 점광 신호기로 폭탄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라디오 원격 조정으로 낙하 궤도를 수정해 목표물에 폭탄을 명중시킨다. 1938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프리츠-X는 1943년 7월 21일에 실전 배치 되었다. 프리츠-X를 이용한 폭격은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이탈리아 시실리 항구와 메디나 해협의 연합군 목표물에 대한 폭격이 감행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9월 9일 단 세 발의 프리츠-X가 이탈리아 해군의 만재 배수량 4만 5천 톤의 최신형 전함 비토리오 베네토급 3척 중 1척을 침몰시키고 다른 1척을 항행 불능에 빠뜨리면서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스마트폭탄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다.

 

스마트폭탄의 원조인 프리츠-X

스마트 폭탄의 가치가 입증된 것은 베트남전이다.

 

 

레이저 유도 폭탄, 페이브웨이의 등장

스마트 폭탄의 시작은 제2차 세계대전이었지만 실전에서 스마트 폭탄의 가치를 입증한 전쟁은 베트남전이다. 베트남전 당시 1965년부터 4년 동안 연 600대의 전투기와 폭격기가 범용폭탄으로 폭격하고도 파괴시키지 못한 중요 목표를 단 한 차례의 폭탄으로 파괴시킨 사건이 발생한다. 그 목표는 북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90Km 떨어진 탄호아 철교이며, 이때 사용된 폭탄이 바로 스마트 폭탄, 레이저유도폭탄이었다. 레이저유도폭탄에 대한 개발은 1964년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사가 시작했다.

 

레이저유도폭탄들은 1968년부터 베트남전에서 운용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6년 동안 레이저유도폭탄은 TV유도폭탄과 함께 2만 5000여 발이 사용되어 1만 8000여 개의 목표물을 파괴하였다. 레이저유도폭탄은 범용폭탄에 레이저유도키트를 장착해 완성하게 된다. 장착되는 레이저유도키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미국 레이시언사와 록히드 마틴사가 생산한 페이브웨이 키트이다. 페이브웨이(Paveway)라는 명칭은 레이저유도폭탄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명에서 유래된다.

 

레이저유도폭탄이 목표물에 유도되는 원리는 이렇다. 전투기나 지상군이 목표물에 레이저빔을 비추면 전투기 조종사가 목표 근처 상공에서 레이저유도폭탄을 투하하고, 낙하 중인 폭탄이 목표물에 반사된 레이저 빔을 감지하여 목표를 따라가 명중하는 것이다. 1960년대에 처음 실전에 투입된 페이브웨이 시리즈는 페이브웨이Ⅰ이다. 이후 1973년부터 미 공군에 실전 배치된 레이저유도폭탄은 페이브웨이Ⅱ 시리즈이다. 페이브웨이Ⅱ는 항공기 탑재를 용이하게 개량되었고 전개식 핀이 장착되어 사정거리가 증대되었다. 1986년부터 배치된 페이브웨이Ⅲ 시리즈는 최종 단계인 레이저 유도 이전 중간 단계에 디지털 자동조종장치를 사용하는 2단계 유도방식과 대형 핀을 사용해 보다 저고도에서 원거리 투하가 가능하도록 키트가 개발되었다. 

 

대표적인 레이저 유도 스마트폭탄, 페이브웨이III

페이브웨이 Ⅲ의 레이저 탐색기

 

 

GPS 유도폭탄 제이담의 등장

앞서 살펴본 레이저유도폭탄은 목표의 2~3m 이내에 명중할 정도로 정확했지만 레이저를 비춰야 되므로 시각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했다. 또한 악천후 상황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할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지난 1999년 나토의 유고연방 공습작전인 연합군 작전 때의 경우 산악 지형의 특성으로 인해 유고슬라비아에서는 종종 목표물 상공에 심하게 안개가 끼거나 낮게 구름이 깔리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때 공중에서 투하된 레이저유도폭탄은 반사된 레이저빔을 찾지 못해 폭탄 투하가 불가능하거나 혹은 목표물이 아닌 다른 곳에 유도되어 오폭사고가 발생하였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 이후 레이저유도폭탄의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의 스마트폭탄을 찾게 되는데 GPS유도폭탄이 그것이었다.

 

최초의 GPS유도폭탄은 1992년부터 미국의 노스럽 그루먼사에 의해 생산된 GPS지원폭탄 갬(GAM, GPS-Aided Munition)이었다. 갬도 키트형식으로 개발되었으며, B-2 폭격기용으로 특별히 제작된 것이다. GBU-36/B와 GBU-37/B로 분류되는데 극히 소량만이 생산되어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에서 전량 사용되었다. 이후 본격적인 GPS유도폭탄이 선보이게 되는데 바로 JDAM(제이담)이다.  합동직격탄(Joint Direct Attack Munition)의 약자인 제이담은 1996년부터 미국의 보잉사에 의해 생산되었다. 앞서 살펴본 페이브웨이와 같은 키트형식으로 GPS와 INS(관성항법장치)가 내장되어 있으며, 날개 부분에 방향조정용 플랩이 붙어 있다. 키트는 범용폭탄 후미에 장착되어 폭탄을 정밀유도한다. 제이담의 사거리는 28㎞로, 고도 14,000m에서 제이담을 투하했을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제이담은 GPS 위성의 정보를 받아 목표물까지 정확하게 폭탄을 유도한다. 만일 적의 전파방해로 인해 GPS 위성의 정보를 받을 수 없으면 INS를 사용하여 유도한다. 그러나 GPS 유도 시 13m였던 오차가 30m로 커지게 되는 단점이 있다.

 

제이담은 키트형식으로 일반 폭탄에 부착된다.

제이담의 가장 큰 장점은 기후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한국형 스마트폭탄 KGGB


국내에서는 미래에 변화하는 전장에 대비하고자 공군을 중심으로 한국형 GPS유도폭탄 즉 KGGB가 개발 중에 있다. KGGB는 앞서 설명한 페이브웨이나 제이담과 같은 키트 형식으로 GPS유도방식을 사용한다. 같은 GPS유도방식을 사용하는 제이담과 달리 KGGB는 활공형 유도키트로 글라이더 날개가 달려 있어, 제이담의 28Km의 사정거리에 비해 장착되는 폭탄의 종류와 투하 고도에 따라 74Km~111Km까지 사정거리를 늘릴 수 있다. KGGB를 장착한 폭탄은 투하 후 유도키트에 입력된 표적으로 비행하게 되지만 경우에 따라 비행도중 목표물의 변경도 가능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은 KGGB는 기존의 스마트폭탄과 달리 구형 전투기인 F-4와 F-5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의 GPS유도폭탄인 제이담의 경우 운용을 하려면 F-16과 같은 비교적 신형의 전투기라도 성능개량을 통해 항공전자체계와 인터페이스를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운용이 불가능하다. 이에 비해 KGGB는 조종사가 휴대하는 자료입력단말기를 통해 공격에 필요한 각종 자료를 입력 받는다. 조종사가 폭탄유도에 필요한 목표물의 좌표 선회지점 등을 무릎 위의 자료입력단말기에 입력하면 무선으로 직접 유도키트에 전달되어 투하 준비가 완료된다. KGGB와 유사한 체계로는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롱샷키트가 있으며 지난 1989년부터 개발해 운용 중에 있다. KGGB는 현재 한참 개발이 진행 중에 있으며 2013~2014년에 실전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KGGB는 2013~2014년에 실전배치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사진: 국방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