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을 하는곳

지금은 3D시대

 

 

요즘 최고의 이슈는 단연 '3D(3차원 입체영상)'다.

 

영화 <아바타> 덕분에 대중적으로도 친숙해진 이 말은,

실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영화, 방송, 게임, 가전 등 산업계 전반에서

뜨거운 화두가 되어 온 개념이다.

 

 

 

 

나는 신년 계획 가운데 하나로 '3D 공부'를 삼았다.

 

아직 <아바타>도 못 본 주제에

올해 안에 '3D 실험작' 한편 만들겠다는 목표로 정진하리라!

 

 

...

 

 

현재까지의 공부노트를 여기 적어둔다.

 

 

 

 

모든 것은 우리들 눈이 '2개'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가로로 6.5cm 정도 떨어져 있는 인간의 눈... 그 결과 좌,우의 눈이 각기 다른 화상을 보게 된다. 이를 '양안시차(兩眼視差)'라고 한다. 양쪽 눈의 망막에 맺히는 상이 차이가 있다는 의미이다. 이 양안시차가 바로 '입체감'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두 개의 눈을 통해 들어온 두 영상은 뇌에서 융합돼 깊이감과 실제감을 느끼도록 되어있다. 우리가 한 눈을 가리고 사물을 보면 거리감을 잘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원리를 맨 처음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물리학자이자이자 발명가인 휘트스톤(Charles Wheatstone, 1802~1875)이다. 그는 이 연구로 1840년, 영국 왕립학회로부터 '로열 메달'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1838년 6월, 휘트스톤이 발표한 논문에 소개된 스테레오스코프 장치

 

 

이처럼 '입체 영상'을 일으키는 장치나 기술을 '스테레오스코피(Stereoscopy)' 라고 한다. 스테레오스코피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1838년 휘트스톤이 거울을 이용해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는 장치를 처음 발명한 이래, 같은 그림을 2장 붙여놓고 두 눈으로 각각의 그림을 분리해서 보면 ('매직아이'처럼) 입체감이 느껴진다는 원리가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때마침 발달한 사진기술에 힘입어 '신기한 장난감'으로 대유행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사진작가 John P. Soule 이 찍은 스테레오스코프 사진

보스톤의 메사츄세츠 주청사 건물 (1860년대)   

 

 

 

 

 

독일화가 야콥 스포엘(Jacob Spoel, 1820~1868)이 그린 <스테레오스코프를 구경하는 여인들>

이 당시 스테레오스코프가 얼마나 유행했는지 알 수 있다.

 

 

 

1853년, 독일의 빌헬름 롤만(Wilhelm Rollmann)은 색수차를 이용해 입체 효과를 내는 획기적인 방법을 고안했다. 즉, 왼쪽 눈과 오른쪽 눈으로 보는 영상에 색깔차이를 주고, 이에 맞는 2색 필터를 사용해서 보면 입체감이 느껴진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애너글리프(Anaglyph)'라고 하는데, 간단한 보조도구를 이용해 누구라도 쉽게 입체 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애너글리프의 예

맨 눈으로 보면 이상하게 흔들린 모습이지만, 전용필터(안경)로 보면 입체화면이 된다. 

 

 

 

 

 

애너글리프용 입체안경

보통 파란색과 빨간색을 많이 쓰기 때문에 '적청안경'이라고 부른다.

옛날 <소년중앙> 같은 잡지 같은데 별책부록으로 많이 끼워주던... ㅋㅋㅋ

 

 

 

 

입체영상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에드윈 랜드(Edwin Herbert Land, 1909~1991)라는 사람이다. 즉석사진기의 대명사인 '폴라로이드'사의 설립자이며, 미국에서 에디슨 다음으로 발명특허가 많은 사람이다. 그는 1932년, 얇고 가벼운 플라스틱 '편광판(polarizer)'을 개발했는데, '폴라로이드 시트'라고 이름붙인 이 필름은 카메라용 필터나 선글라스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었다. 그리하여 편광 원리를 이용한 '입체안경'이 싼값에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1972년 10월 27일자 <Life>지의 표지모델로 등장한 랜드아저씨

 

 

 

여기서 잠깐, 학창시절 배웠던 편광판 실험을 기억해 보자. 편광판은 빛을 어느 한 방향으로만 진동하도록 걸러서 통과시킨다. 예를 들어 수직 편광판을 통과한 빛은 수직 진동만 남고, 수평 편광판을 통과한 빛은 수평 진동만 남는다. 만약 수직 편광판과 수평 편광판을 90도로 겹쳐놓으면 빛은 차단된다. 사진 찍을때 편광필터를 이용해 하늘을 더 파랗게 만들거나 유리창 반사를 없애는 것도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만약 안경의 양쪽에 각기 다른 편광판을 붙이면 어떻게 될까?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보는 영상이 다르게 된다. 이를 이용하면 '양안시차'를 발생시켜 입체영상을 만들 수 있다. 각종 전시관에서 틀어주는 조잡한 입체영상물에서 최첨단 <아바타>영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의 3D영상을 볼때 써야하는 '입체안경'의 정체는 바로 '싸구려 편광판 두 조각'이었던 것이다! 

 

 

 

 

 

 

 

 

문득, 옛 추억이 떠오른다.

 

학교 앞 길바닥에서 30원씩 내고 보았던 '요지경' 슬라이드...

 

 

 

 

 

허름한 플라스틱 통에 두 눈을 들이대면

깊은 상자 속에서 황홀한 입체 화면이 펼쳐졌다.

스위치를 내리면 철컥! 하고 나타나는 다음 장면에

저절로 침이 꿀꺽! 삼켜지곤 했다...

 

 

  

  

 

 

 

물론 이 제품도 입체 안경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View Master'라는 이름의 이 장난감은 1939년도에 처음 출시되어

지금까지도 만들어지고 있는 '3D의 전설'이다.

 

 

최근에는 '셔터글라스(Shutter glasses)'라는 기계식 안경도 개발됐다. 이것은 화면에 보여지는 영상과 우리 눈에 보여지는 영상을 기계장치를 통해 자동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보통의 동영상이 초당 24프레임이라면 여기에서는 초당 48 프레임을 보여주는데 한번은 왼쪽 영상, 또 한번은 오른쪽 영상을 교대로 빠르게 바꿔준다. 이때 왼쪽 영상이 나올 때에는 왼쪽 안경만 열리고, 오른쪽 영상이 나올 때에는 오른쪽 안경만 열리게 하면 사람들은 이것을 연속된 입체영상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셔터글라스는 이처럼 묵직한 헤드셋 형태이다. (하긴, 배터리가 들어가야 하니...)

당연히 비싸고, 스크린 신호 수신범위에서만 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편광안경 방식에 비해 화질과 입체감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어

극장용보다는 TV나 컴퓨터 게임용으로 많이 개발중~

 

  

 

 

아직까지 모든 3D 영화는

저런 안경들 가운데 하나를 써야만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TV방송이 3D가 되어도

역시 안경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3D가 별로 히트치지 못할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공부를 시작해 보니

 

 

세상에...

 

 

그게 아닌 듯하다.  

 

 

 

 

- 2005년 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Show West 2005'라는 입체영화 심포지움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로버트 저메키스, 조지 루카스, 로버트 로드리게스, 랜달 크레이져 등의 거장 감독들이 모여 '할리우드 3D영화 선언'을 발표했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미래를 위해 이제부터는 입체영화를 추구하겠다는 의지표명이었다.

 

- 2008년 4월, 할리우드의 4대 메이저 배급사인 디즈니, 20세기폭스, 파라마운트, 유니버설픽처스는 3D영화의 활성화를 위해 공동으로 7억달러를 들여 미국 내 1만개의 3D 전용스크린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 2009년 2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CEO인 제프리 카젠버그(Jeffrey Katzenberg)는 <몬스터vs.에이리언> 상영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3D영화는 1920년대 발성영화의 등장과 1930년대 컬러영화의 등장에 이은, 영화사상 3번째의 혁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앞으로 드림웍스에서 만드는 모든 영화는 3D로 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 월트디즈니사는 2011년까지 22편의 3D 영화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앞으로 내 작품은 모두 3D로 제작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3D 스크린은 5000개 정도인데 2013년경에는 1만5000개로 3배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아바타>가 대박나지 않았어도

할리우드는 분명, 

계속 빠르게 3D로 달려갔을 것이다.

불법 다운로드도 불가능하고,

 비싼 입장료 덕에 수입도 짭짤하기 때문이다.

 

 


- 세계 가전업계도 신년벽두부터 3D TV 전쟁을 시작했다. 최근 열린 올해의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는 세계 4대 TV메이커인 삼성, LG, 소니, 파나소닉이 각자의 3D 기술을 선보이는 각축장이 되었다. 특히 소니는 그동안 삼성과 LG에 빼앗긴 TV 시장의 주도권을 3D로 빼앗아오겠다는 전략으로 목숨을 걸었다. 그들은 TV 자체뿐 아니라 주변기기와 콘텐츠까지 동원했다. 소니의 자회사인 소니픽처스는 3D 블록버스터를 직접 만들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히트 게임기인 PS3(플레이스테이션3)를 업그레이드해 3D 동영상 기능을 탑재하겠다고 한다.

 

- 세계적인 스포츠 채널 ESPN은 오는 6월 11일 시작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기점으로 3D 방송을 개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채널인 디스커버리는 소니와 공동으로 2011년부터 미국에서 처음으로 3D TV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은 2008년 3월, 영국의 BBC를 통해 6개국 캘커타컵 럭비 경기를 세계최초로 3D 생중계했다.  위성방송 BskyB를 통해 현재 3D 시험방송을 하고 있는 영국은 오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일본 NHK와 공동으로 전 세계에 위성중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젠장...

이젠 우리나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구나!


 

 

- 우리 정부는 이미 3D산업을 ‘IT코리아’ 5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그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안에 지상파 HD 방송을 3D로 시험 서비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만약 이것이 성공하면 세계 최초의 기록이 된다. 다른 나라들은 지상파가 아닌 위성이나 케이블 채널을 통해 시험방송을 했기 때문이다.  

 

- 그리하여 최근, 2010년 고화질 3D TV 실험방송의 성공적인 실시를 위한 '3D TV 실험방송 추진단'이 결성됐다. 그리고 3D 시장 선점을 위해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3개 기관 합동으로 이달 말까지 3D 산업 발전 방안을 내놓기로 했다.

 

-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추산한 3D 관련 세계시장 규모는 2009년 말 현재 4조9000억원대... KEA는 이것이 오는 2015년엔 62조원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말 '2010년은 3D 산업의 원년'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현대증권도 8000억원대(2008∼2012년)로 추정되는 국내 3D 시장이 오는 2023∼2027년에는 5조6000억원대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컨대

3D가 조만간,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중요한 산업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득, 입체 영상은 도대체 어떻게 촬영하는지 궁금해진다. 이 궁금증은 복잡한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 필요없이 실제 촬영장비를 한번 보면 쉽게 풀린다.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미국의 3D 제작업체인 '쓰리얼리티 디지털(3ality Digital)'이라는 회사의 3D 카메라를 구경해보자.

 

 

 

카메라 2대가 한 쌍으로 붙어있다!

 

 

 

그렇다. 3D 카메라는 우리의 '양안시차' 처럼, 두 개의 렌즈를 통해 각기 다른 영상을 촬영하는 것이다. 두 대의 카메라를 하나로 움직이게 묶는 기술을 ‘리그(rig)'라고 하는데, 입체촬영의 핵심기술이다. 리그를 통해 연결된 2대의 카메라로 촬영하면 일단은 두 개의 상이 겹쳐진 어지러운 모습이 만들어진다. 아래의 모니터 화면처럼....

 

 

작년 말 광화문에서 열린 ‘서울 스노보드잼 2009’ 당시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의 3D 녹화장면

사진 출처 : <월간 비디오 아트> 2009년 12월호 (vol.60)

 

  

 

 

이 영상을 보려면 역시 입체 안경이 필요하다.

사진 출처 : 같은 곳 (http://www.videoarts.co.kr)

 

 

 

 

 

현재 소니와 파나소닉 등 유명 카메라 제작업체들은 이러한 3D 카메라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심지어 디카와 폰카에도 렌즈를 하나씩 더 달아서 일상생활 속 3D 촬영을가능하게 한 제품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이번 CES 2010에 선보인 파나소닉의 최신형 입체 캠코더

렌즈 2개를 아예 함께 붙여버린 초소형 3D 카메라이다.

 

 

 

 


지난 2008년 2월,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그룹 U2는 자신들의 콘서트 장면을 3D 입체영화로 만든 <U2 3D>를 발표했다. 세계최초의 live-action 3D영화인 이 작품은 U2의 히트곡 14곡에 대한 공연실황으로 이루어졌는데, 2천만 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리며 영상산업의 신기원을 이루었다.

 

 

 

 

 

U2의 2006년 남미 순회공연 장면을 담은 85분 분량의 3D 영화 <U2 3D>

3ality Digital이 제작하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배급을 맡았다.

 

 

 


인터넷을 통해 이 영화의 제작 디테일을 찾아보았다. 2006년 2~3월 남미 5대 도시에서 열린 9차례 야외공연을 3D 카메라 9대로 모두 녹화한 것이라고 한다. 총 110채널의 오디오 트랙으로 녹음하였고, 편집에만 17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휘유...

 

 

 

 

이런 모습을

바로 코 앞에서 펼쳐지는 입체 영상으로 볼 수 있다니...

 

콘서트장에 직접 간 것 보다 낫지 않을까?

(나는 아바타보다 이게 더 보고 싶은데 ㅜㅜ..)

 

 

 

 

 

 

 

 

문제는

 

역시 콘텐츠다!

 

 

 

 

 

과연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생각을 하는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꾸로 보는 세상  (0) 2011.10.23
셰익스피어 미스터리  (0) 2011.10.23
우키요에 장광설  (0) 2011.10.23
루벤스가 만난 조선인  (0) 2011.10.23
<천사와 악마> 그리고 <일루미나티>  (1) 2011.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