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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하는곳

광우병, 책으로 읽다

최근 광우병 관련 책을 두 권 읽었다.

 

처음에는 혹시 '아이템(방송소재)'이 될까 싶어 

아무거나 한권 사다가 가볍게 읽기 시작하였는데

 

곧 그 속에 깊이 빠져,

지금은 관련정보 하나라도 더 얻으려

혈안이 되어있다. 

 

 

 

 

그 책들과, 내용과, 감상을 전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리처드 로즈 (Richard Rhodes, 1937- )가 쓴 <죽음의 향연> (1997)

 

부제는 <무시무시한 신종역병의 비밀을 추적하다>

Tracking the Secrets of a Terrifying New Plague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광우병 초기에, 그와 관련된 갖가지 사실과 쟁점들을 파헤친 저작이다.

벌써 10년전에 이런 내용을 책으로 썼다니... 이 분야에서는 '고전'으로 꼽힌다.

 

 

 

 

 

 

 

 

 

 

 

미국의 생화학박사 콤 켈러허(Colm Kelleher)의 최근작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2007)

 

 

현재 나를 '광우병의 늪'에 빠뜨려버린 문제의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이다.

보통 '우수한 두뇌집단'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인데,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원서의 표지 그림과 부제를 보면 그 깊은 뜻을 알 수 있다.

 

 

 

 

부제 : 광우병과 오진(誤診)알츠하이머의 숨겨진 커넥션

 The hidden connection between mad cow and misdiagnosed Alzheimer's disease  

 

표지의 이미지들처럼, 'Brain Trust'는 광우와 인간 사이에

'뇌'를 통한 무서운 '합병'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의 연결고리를 '뇌'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두 책은 거의 비슷하다.

 

 

둘 다

광우병 및 유사 전염병과 관련된 과학적 진실을 소상히 다루고 있고,

 

 

둘 다

마치 공포영화나 추리소설을 읽는 것 처럼 스릴이 넘친다.

 

 

하지만 둘 다

술술 읽기에는 다소 어렵고 (전문용어가 많기에...)

 

 

둘 다

독서후 밀려오는 공포와 슬픔을 잠재울 길이 없다.

 

 

 

 

 

 

 

책의 내용을 잠시 정리해 본다.

 

내가 관심있게 본 것은 결국 '프리온 질병'의 역사쯤 되는 것 같다...

 

 

 

 

 

 

 

하나, 스크래피 - 18세기, 영국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영국, 양들에게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발생하였다. 멀쩡하던 양이 어느날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고 몸을 떨면서 가려워 하다가, 몸뚱이에 피가 나도록 바위나 벽에 긁어대며 죽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 괴질을 '가렵다'는 뜻으로 '스크래피'(scrapie)'라고 불렀다.

 

당시의 과학으로는 유럽의 전지역에 유행처럼 퍼지던 이 무서운 병에 대해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이 병이 인간에게 전염되리라고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스크래피에 걸려 죽은 양들을 오랫동안 먹어왔는데 아무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사망한 동물을 부검해보니 놀랍게도 뇌에 (마치 스펀지처럼) 구멍이 뽕뽕 뚫려있었다. 학계에서는 '해면형 뇌증(spongiform encephalopathy, 스펀지 모양의 뇌병)'이라고 보고가 되었다.

 

 

 

 

둘, CJD - 1920년대, 독일

 

CJD는 독일의 '크로이츠펠트'라는 의사와 '야콥'이라는 의사가 처음 발견해 붙여진 병명이다. 그들의 이름을 따서 '크로이츠펠트-야콥병(Creutzfeld-Jacob Disease, 줄여서 CJD)'이 된 것이다. 

 

이들은 치매환자들을 치료하던 중 (크로이츠펠트는 알츠하이머의 제자였음) 특이한 증세를 보이며 죽어가는 환자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제 멀쩡하던 사람이 오늘 기억력이 떨어지더니, 몇 주가 지나자 침상에 들고, 무엇에 놀란 사람처럼 와들와들 떨다가 결국 1년 이내에 사망하는 것이었다. 원인도 알 수 없고 치료도 불가능했다. 뇌 조직을 보니 역시 스펀지처럼 구멍이 뽕뽕 뚫려있음이 발견되었고 '뇌해면증'이 인간에게도 나타남을 알게 되었다. 이 병은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진행중이다.

 

* 참고로 흔히 '인간 광우병'이라 불리는 병은 일반적인 CJD가 아니라 '변종 CJD'로서 'vCJD'라고 쓴다. (변종=variant) 

 

   

 

 

셋, 쿠루 - 1950년대, 파푸아뉴기니

 

'쿠루'는 파푸아 뉴기니의 고원지대 원주민 사이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하던 질병이었다. 이 병에 걸리면 치매증세가 심해지고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헛것을 보다가 이내 사망하였다. 물론 병의 원인은 아무도 몰랐다.

 

1950년대 들어서 서구의 의사들에 의해 쿠루가 연구되었고, 그 현상적 원인이 포착되었다. 그것은 바로 '식인풍습'이었다. 그들에게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이 죽으면 그 뇌를 꺼내 먹는 풍습이 있었다. 그것은 긴 잠복기를 갖기 때문에 좀처럼 원인으로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쿠루로 사망한 사람들의 뇌를 보면 역시 스펀지처럼 구멍이 잔뜩 뚫려있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CJD와 쿠루가 무슨 상관일까 고민해 보았지만 끝내 답을 찾지 못하였다. 유럽에서는 1000만명에 하나꼴로 발병하는 희귀한 병이 왜 지구 반대편에서는 몇 천명을 죽이는지 그저 의문스러울 따름이었다.

 

 

 

 

쿠루, 스크래피를 만나다 - 1960년대, 미국 

 

유럽의 수의사들은 스크래피가 전염병이라는 사실은 알게 되었으나, 그 원인이 박테리아인지, 바이러스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그 병은 다른 동물 사이에서도 전염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스크래피에 걸린 양의 뇌를 갈아서 염소에게 주사해 보았더니 염소가 스크래피 증세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쿠루를 연구하던 신대륙(미국과 호주)의 의사들이 스크래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바로 이때쯤이었다. 이들은 양과 염소의 전염 실험에 착안해 인간과 영장류를 대상으로 유사실험을 하기로 하였다. 쿠루에 걸린 사람의 뇌를 갈아서 침팬지에게 투입해 보기로 한 것이다.

 

실험은 성공을 거두었다. 쿠루병 전염인자가 투여된 침팬지들의 뇌가 점차 파괴되어가는 것이 발견된 것이다. 이것은 동물과 인간 사이를 뛰어넘는, 무서운 전염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공포의 사건이었다.

 

 

 

 

 

 

밍크에게서도 발견 - 1960년대, 미국 

 

1963년, 미국의 밍크농장에서 또 다른 전염병이 발견되었다. 수많은 밍크들이 스크래피와 똑같은 증세를 보이며 죽어갔는데, 죽은 후 부검해 보니 역시 뇌세포에 많은 구멍이 나있었다. 이 병은 '전염성 밍크 뇌증(Transmissibl Mink Encephalophady, 줄여서 TME)'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당시 미국의 밍크사육은 매우 중요한 산업이었다. TME 문제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했다. 조사 결과 놀라운 일이 밝혀졌는데, 죽은 밍크들의 먹이가 바로 '소'였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소 농장에서는 예전부터, 제대로 일어서서 걷지 못하는 이른바 '기립불능소'들이 생겨나곤 했다고 한다. 이 경우 대개 소를 죽였고, 다져서 (육식)동물용 사료로 쓰곤 하였는데, 바로 그것이 TME의 원인으로 밝혀진 것이다.

 

* 당시의 '기립불능소'들의 정체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광우병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책들을 다 읽고 나면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느낌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소름이 끼칠 일이다. 광우병은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1980년대에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미 훨씬 오래전부터 미국에 퍼져 있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밍크와 소의 전염관계를 실험해 보기로 했다. 먼저 젖소들에게 TME에 걸린 밍크의 뇌를 투여했다. 그러자 얼마 안있어 젖소들은 뇌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뇌해면증을 보이며 죽어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렇게 죽은 젖소의 뇌를 갈아 밍크에게 재감염시켰다. 그 결과 밍크 역시 뇌해면증으로 죽어갔다. 그리하여 이 끔찍한 병은 종(種)에 관계없이 양방향으로 전염된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게 되었다. 1985년, 본격적인 광우병이 발견되기 직전의 일이었다.

 

 

 

 

드디어 미친소가 나타나다 - 1985년, 영국 

 

1985년 4월, 영국 남동부 켄트주에서 역사상 최초의 광우병소가 발견되었다. 홀스타인종의 암컷 젖소 한 마리가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이 격렬해지고 계속해서 경련을 일으키더니 나중에는 그냥 서있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농장주는 이 소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일단 죽였다. 도살된 소는 그 지방의 육류가공 공장으로 운반되었고, 부위별로 다른 동물의 사료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농장주도, 수의사도 여기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저 다른 소들은 잘 안 걸리는 드문 병 가운데 하나에 걸렸으려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정체불명의 병은 이후 영국 전역에서 발견되었다. 1986년 초까지 남서부의 콘월, 데번, 서머싯 등지에서도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소떼가 확인되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질병이 발생한 소들끼리는 서로 접촉하지도 않았고, 그 사이에 새로 들여온 종들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영국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질병이 껑충 뛸 수 있었던 것일까?

 

그제서야 부랴부랴 병리학적 검사를 시작한 사람들은, 소의 뇌가 마치 스위스 치즈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오랫동안 스크래피를 연구해 왔던 영국의 수의사들은 이것이 양에게 발생하는 스크래피와 깊은 연관이 있는 새로운 병이라는 걸 깨달았고 선배질병들에게 붙여진 이름과 비슷하게 ‘소 해면형 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줄여서 BSE)'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우리가 흔히 ‘광우병(Mad Cow Disease)'라고 부르는 말의 원래 명칭이 바로 그것이다.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를 해부하여 보면... 

 

 

중간중간 하얗게 구멍이 뚫린 게 보인다

 

 

 

확대사진

 

 

 

광우병은 급속히 퍼져나갔다. 1987년에는 한 달에 12마리 이상의 미친 소들이 발견되었다. 연말 통계를 보면 정식적으로 보고된 광우만 420마리에 이를 정도였다. 

 

도대체 이 병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학자들은 단 하나의 가능성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바로 사료오염이었다. 그것만이 비접촉 상태에서의 빠른 전염을 설명해 줄 수 있었다.

 

당시 영국의 축산농가에서는 ‘육골분’ 사료를 먹이고 있었다. 그것은 가축들의 사체를 갈고, 찌고, 말려서 가공한 사료다. 더 많은 양의 고기와 우유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에게 고단백질의 사료를 먹여야 하는데, 건초와 곡물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하여 질병진단을 받지 않고 죽은 다른 소나 양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 동물성 인공사료를 먹여왔던 것이다.

 

* 이때 '질병진단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사체 자체가 감염된, 심각한 전염병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통상 스크래피에 걸려 죽은 양이나 ‘기립불능소(광우병의 가능성이 있는)’ 등은 질병진단을 받지 않았고, 육골분 사료의 좋은 소재가 되었다.     

 

 

 

   

육류가공 공장

 

 

 

이런 곳에서 만들어진 육골분 사료

 

 

 

 

"방금 식사를 마친 당신은,

도축장에서 아무리 멀리 고상하게 꽁꽁 숨어 있더라도

살해범의 공범이다.

우리는 다른 종족(race)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값비싼 종족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 (Ralph Waldo Emerson, 1803-1882)

미국의 사상가, 시인

 

 


육골분 사료를 만들어내는 육류가공 공장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끔찍한 곳이라고 한다. 뜨거운 수증기와 피, 기름덩어리가 가득하고 고기사체를 태우는 악취가 진동하는 곳... 이곳에서 소, 양, 돼지의 내장과 머리, 꼬리, 뼈 등과 심지어 가금류의 깃털까지 한데 섞여 쪄지면 'Greaves(굳기름 찌꺼기)'라는 것이 만들어 지는데 (문득 나치의 아우슈비츠 유대인 대학살이 떠오른다.) 이것을 각지게 눌러 가축의 사료나 물고기 밥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짭짜름하고 피섞인 대변냄새가 나는 이 동물성 사료로 단백질을 채워나가며 현대의 소나 양은 점차 육식동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육골분 사료는 실은 1940년대 후반부터 사용되었다. 그런데 80년대에 들어서 갑자기 그 부작용(?)이 나타난 것은 관련법안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1974년 영국의 한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그리하여 그 원인이 되었던 인화성 강한 용해물질을 취급하는 모든 공장들에 대하여 안전기준이 엄격하게 바뀌게 되었다. 그 동안 육류가공 공장들은 용해제를 사용해 지방 등의 불순물을 제거해 왔는데, 새로운 기준에 맞는 비싼 새 기계를 도입하는 대신에 용해제 사용을 포기하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 그 시기에 만들어진 육골분 사료에는 불순물 함유량이 급격히 증가하게 되었다.

 

당시 학자들은 이러한 자료들을 토대로 BSE가 1981년-1982년 사이의 육골분 사료에 의해 감염되었고, 대체로 4년의 잠복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 하지만 그 근본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BSE가 양에게서 왔느냐, 아니면 소에게서 왔느냐 하는 것이다. 만약 양에게서 왔다면 그것은 스크래피 인자가 육골분 사료를 통해 소에게로 전염되었던 것일 테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소에게서 온 것이라면... ‘광우병’이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해 온 것이라는 의미이니 우리는 다시 한번 크게 긴장해야 할 것이다.

   

1988년 7월, 육골분 사료에 대한 공급조치가 내려졌지만 미친소들의 행진은 끊이지 않았다. 당시 공식적으로 확인된 광우는 (물론 축소보고 되었겠지만) 2,185마리였고, 이때부터는 한 달에 거의 500마리씩 늘어 1989년에는 공식집계만 7,136마리에 이르렀다.

 

 

 

 

 

소에게서 사람에게로 - 1990년대 초, 영국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광우병’의 원인이 아니라 과연 이 병이 ‘사람에게도 옮느냐’가 되었다.

 

1990년 2월, 언론에서는 BSE에 걸린 소의 뇌를 쥐에게 먹였을 때 전염되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고, 사람들은 이를 근거로 인간도 광우를 먹으면 BSE에 걸릴지 모른다고 술렁거리고 있었다.

 

1990년 3월, 잉글랜드 남쪽에 있는 세 동물원에서 다섯 마리의 희귀동물(겜스복, 오릭스, 쿠두, 니알라, 일러드)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육골분사료를 먹은 후 죽었다. 언론은 ‘광우병이 종과 종을 뛰어넘었다’며 사람에까지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1990년 5월, 한 애완 고양이가 광우병으로 의심되는 증세를 보이며 죽는 사건이 발생하자 전 영국은 패닉상태로 빠져들었다. 몇 주만에 쇠고기 소비가 3분의 1로 줄었고, 학교식단에서는 모든 고기메뉴가 빠지게 되었다. 정부의 가축관리국장은 TV에 나와 “걱정할 필요는 조금도 없습니다. 이것은 영국에 있는 700만 마리의 고양이 중에서 1마리일 뿐입니다.”라며 별일 아닌 체 했지만 이후 4년 동안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만 62마리가 더 죽게 되었으니 (정부도 동물성 사료가 원인이었음을 인정) 사람들은 천벌을 받은 듯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농업장관 존 검머(John Gummer)는

수많은 TV 카메라 앞에서 쇠고기의 안전을 주장하며

자신의 딸 코델리아에게 햄버거를 먹여 주는 쇼맨십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17년 뒤 그녀의 딸은

자신의 친구가 광우병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 관련방송 : EBS 지식채널 e  -> 클릭!

 

 


 

1992년 4월, 독일에서도 첫 번째로 광우가 발견되고, 같은 해 9월, 덴마크도 최초의 광우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족보를 추적해 보니 1988년 6월 영국에서 수입한 소라는 것이다. 이 전염병이 드디어 유럽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더 큰 재앙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1993년 5월, 빅키 리머(Vicky Rimmer)라는 15세 소녀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탈진과 고통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학계에서는 ‘vCJD(변형 크로이츠펠트)’로 진단했다. 마침내 최초의 인간광우병 환자가 나타난 것이다.

 

* 이 당시 파견나온 의료조사관이 빅키의 할머니에게 손녀딸의 상태에 대해 소문을 내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경제를 생각하셔야죠. 유럽공동체 시장을 생각해 보세요"라고 하였다는... <죽음의 향연> p.252

 

이후 상황들은 생략하기로 한다. 영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은 당연히 미국으로 건너가서 현재 전성기를 맞고 있다. (놀랍게도 미국에서의 광우병 발생률은 턱없이 작은데, 그것은 우리 국민들에게도 잘 알려진 것처럼, 검사를 대충대충 하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놓고 전국민이 단결하여 오늘도 내일도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인은 프리온이라는 단백질  

 

이제 지금까지 나온 여러 병들을 하나로 묶어보자. 그것은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프리온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뽕뽕 뚫려 죽는 전염병의 원인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아니라 '프리온(Prion)'이라는 단백질 성분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리온은 미국의 스탠리 프루시너(Stanley Prusiner)교수가 만든 합성어로 (Protein 단백질 + Virion 바이러스입자) 이제까지 알려진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등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질병 감염인자임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1982년, 프루시너는 감염성이 있는 단백질에 '프리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것이 비정상적인 형태로 바뀌면 사람과 동물에 감염돼 신경세포를 죽여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당시 학계에서는 그의 이론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80-90년대에 발생한 광우병과  인간광우병(vCJD) 때문에 그의 이론은 주목받기 시작하였고, 그는 결국 1997년 노벨 의학상을 받았다.

 

 

 

 

 

정상 프리온(좌)과 변형된 프리온(우)

정상 프리온이 변형된 프리온을 만나면 무조건 따라서 병이 든다.

이런 식으로 뇌에 치명적인 분자들이 생겨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변형된 프리온은 100℃ 이상의 고온에서도 죽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로운 주장들  

 

<죽음의 향연>과 <얼굴없는 공포, 광우병>에 실린 교집합적 내용들은 거의 이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이미 초창기 시절(1997년)에 광우병-인간광우병과 관련된 대부분의 논의들을 집대성하였고, 후자는 그 이후 새롭게 논의되고 있는 최근의 내용들(2007)까지 총망라해 놓았다.

 

<얼굴없는 공포-광우병>에 실린 내용들 가운데 나를 충격에 빠뜨렸던 새로운 주장들은 다음과 같다. 

 

 

인간광우병 환자들은 2010년에 최고에 이를 것이다!

현재 (올바른 사료공급 확산으로) 광우병에 걸린 소들의 숫자도 감소하였고, 인간광우병(vCJD)에 의한 사망률도 감소추세인 것 처럼 보이지만, 이 병이 20-30년의 긴 잠복기를 가진다는 사실에 비추어 본다면 그 정점은 2010년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파푸아 뉴기니에서도 1960년대에 식인풍습이 완전히 없어졌지만 30년이 지난 후에도 쿠루병에 의해 사람들이 죽어갔다고 한다. 

 

 

산발성 CJD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CJD)'만이 광우로부터 전염된 것이라 믿어지고 있지만,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sCJD / sporadic)' 역시 오염된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연구가들이 점차 늘고있다. sCJD는 지금까지 알려진 4종류의 CJD 가운데 8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인데,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sCJD 환자들은 세계적으로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이고, 얼마전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죽은 사례가 있었다.

* 관련방송 : 울산방송 5월 2일자 뉴스  -> 클릭!    

 

 

알츠하이머 가운데에는 오진된 광우병도 많다!

미국의 예일 대학교와 피츠버그 대학교에서는 알츠하이머로 죽은 환자 46-54명의 뇌를 사후부검한 결과 이중 5-13%가 알츠하이머가 아닌 CJD로 죽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현재 (특히 미국에서는) 알츠하이머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약 450만명의 환자들이 2020년에는 900만명에 이를 전망) 그런데 그것이 광우병에 의한 것일수 있다니?...  특히 65세 미만인 나이에 발병하는 '조발성 알츠하이머'의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은 주목해 봐야할 사실이다. (인간광우병은 젊은 나이에 많이 나타났음)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충격에 빠뜨렸던 것은, 이 새로운 병이 세상에 나타났을 때 그것을 알려지지 않게 하려고 자행되었던 수많은 은폐와 음모들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이 책에서는 여러가지 이유에서 (그것이 국내 축산업 보호를 위해서였든, 여론의 안정을 위해서였든, 학자들끼리의 추잡한 밥그릇싸움 때문이었든) 진실이 감춰져 왔다는 사실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 아마 지금도 여러 가지 면에서 은폐하거나 호도, 왜곡하려는 음모가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은폐의 음모들 가운데 나의 관심을 가장 크게 끈 것은 

의문의 가축도살사건 (Cattle Mutilation)이 광우병과 관련이 돼 있다는 주장이었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서는

이런 식으로 괴이하게 죽은 가축(특히 소)들이 많이 발견되었다.

 

누군가 몰래 이들을 죽여, 눈과 뇌, 내장과 생식기관을 파헤쳐간 것이다.

그러면서 피 한방울 남기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외계인의 소행이라 믿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를 연구할 목적... )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비밀리에 행해졌던 핵실험에 대한 사후 조사라고 했다.

(방사능이 얼마나 퍼져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지만 실제로 이 사건을 오랫동안 조사했던 콤 켈러허에 따르면

가축도살사건 장소와 광우병 발생 장소가 거의 일치하는데

그것은 이 사건이 광우병 발생 여부를 몰래 파악하려는 미국정부의 소행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미국 정부는 이미 1970년대부터 이 병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면서도 철저하게 숨기고, 아니라고 해온 것일까?

 

무서운 일이다...

 

 

 

 

 

 

 

 

 

 

 

하긴...

 

광우병에 대한 현재 나의 공포도 미국산 쇠고기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

지금은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여러가지 것들이 언젠가는 치명적인 것으로 밝혀져

우리를 떨게 할 지 모른다는 '진실의 부정확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지금은 우리가 병든 닭고기를 끓여먹으면 된다고 믿고 있지만

불과 몇 년 후에는 '조류독감이 섭씨 200도에서도 전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할지 모른다.

 

그때는 이미 그런 닭고기를 많이많이 먹여놓았을 우리의 아이들을

무슨 낯으로 바라보아야 한단 말이냐?...

 

그것이 한없이 슬프고 무서운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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