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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하는곳

광동조와 무선동조

얼마전 한 후배가 '광동조'와 '무선동조'에 대해 물어보길래 신나게 잘난척하며 떠들다가 문득 입을 닫고 말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내가 가진 카메라와 플래시로 직접 촬영을 해 본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입니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플래시 동조를 성공시키기 위해 별별 실험도 해보고 허접한 장비들 모아다가 개조도 하곤 하였는데, 막상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니 손놓고 게으르게 버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 맘먹고 요 며칠 플래시 동조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1. 동조란 무엇인가?

 

사진 촬영과 관련해서 '동조(同調, Sync)'란 말은 여러 대의 플래시를 동시에 터뜨리기 위해 신호를 맞추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많은 양의 빛을 얻거나 여러 가지 각도의 빛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플래시 여러 대를 선으로 연결해서 동조시켰습니다. 플래시 한 대가 퍽!하고 터지면 전류가 선을 타고 흐르면서 다른 플래시들도 터뜨려주는 것입니다. 요즘에도 스튜디오 등에서는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만 일반인들은 다른 방법을 씁니다. 요새 나오는 고급 플래시들은 대부분 '광동조'와 '무선동조'가 되거든요.... ^^

 

광동조는 다른 곳에서 플래시가 터지면 그 빛신호를 감지해 동시에 다른 플래시가 터지는 겁니다. 몇 천분의 일초라는 극히 짧은 순간에 그 빛을 감지한다니 대단한 기술 아닙니까? 아래 동영상을 보시죠. 오른쪽 카메라에서 플래시가 터질때 왼쪽 플래시에서 광동조가 일어나는 순간입니다. 거의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 눈에는 한 대만 터진 것처럼 보입니다.... (촬영의 편의를 위해 카메라는 셀프타이머로 맞춰 놓았습니다.) 

     

 

 

무선동조는 이보다 더 진보한 기술입니다. 여기에서는 (플래시를 두 대라고 가정했을 때) master(주인) 플래시의 발광상태에 따라 slave(하인) 플래시가 자신의 광량을 알아서 조절해 줍니다. 일단 아래의 동영상을 보시죠. 무선동조된 카메라와 플래시가 터지는 모습입니다. (역시 카메라는 셀프타이머로 맞춰 놓았습니다.)      

 




어떻습니까? 아까랑은 약간 다르죠? 얼핏 보면 플래시가 여러 번 터진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것은 바로 무선동조의 하일라이트 '예비발광' 때문입니다.

 

광동조로 사진을 찍으면 정확한 노출을 잡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플래시는 두대(혹은 그 이상) 터지는데 그 광량의 합계가 얼마나 되는지 계산해 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죠... 광동조로 세팅해 놓고 첫 샷을 날리면 대부분 하얗게 찍힙니다. 빛이 너무 많이 들어가 버린 겁니다. 그래서 일일이 노출을 조절해 가며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무선동조는 그 어려운 일을 카메라와 플래시가 알아서 척척해줍니다. 그때 필요한 것이 예비발광입니다. '도대체 이 플래시들이 터지면 광량이 얼마나 될까'를 미리 계산하기 위해 미리 한번 플래시들을 터뜨려 주는 겁니다. 셔터를 누르면 즉시 사진이 찍히는 게 아니라, 일단 플래시들이 미리 한번 번쩍! 해보고 그때의 노출을 순간적으로 계산한 뒤에 셔터가 열립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실로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죠.

 

 

 

 

 

2. 동조는 어떻게 하는가?

 

이거야말로 장비마다 다릅니다. 일단 광동조, 또는 무선동조가 되는 플래시를 장만해야 합니다. (비쌀겁니다. ^^... 요즘엔 아예 동조를 전문으로 하는 보급형 '무선동조기'들도 싼 값에 많이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매뉴얼에 따라 세팅을 하시면 됩니다.

 

         


 

 

 

저는 니콘의 D70이라는 카메라와 SB-800이라는 플래시를 씁니다. 니콘에서 나온 제일 싸구려 카메라와 최고급 플래시입니다. 그런데 이 두 녀석의 조합은 거의 환상적입니다. 특히 무선동조의 오묘한 세계로 가면 당할 자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카메라와 플래시를 무선동조시키는 방법입니다. 저한테만 필요한 정보이니 별다른 설명없이 패스하겠습니다.   


 

 

 

여기서 잠깐 한 마디...

이른바 '플래그쉽'이라 불리는 최고급 기종의 전문가용 카메라들은 거의 대부분 내장플래시(카메라에 붙어있는 쪼그만 플래시)를 장착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 카메라를 사용하는 분들은 어차피 그에 걸맞는 고급 외장 플래시들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장플래시가 없는 모양새가 큰 자랑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그게 가장 큰 불만입니다. 촬영을 하다보면 작지만 엄청난 기능을 하는게 내장플래시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간단한 무선동조를 위해서라면 필수입니다. 필수!!! (제가 D2h라는 플래그쉽에서 다시 D70으로 내려온 이유 가운데 하나가 내장플래시 때문이었다는 - -; ... 믿거나 말거나 ㅋ)     

 

 

 

 

3. 동조를 시키면 사진이 어떻게 찍히는가?

 

 

일단 주광(主光)의 위치를 마음껏 조절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발사된 빛으로만 찍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의 사진을 건질 수 있습니다.

 

 
오른쪽 45도 방향의 뒷편에서 외장플래시를 터뜨렸습니다.
(공룡얼굴에 닿는 헐레이션-HALATION-을 일부러 만들어 내기 위해 고심하였다는...)  
 
 

 

 

 

향수병을 에어캡(뽁뽁이) 속에 넣고 찍어 보았습니다. 특이하죠?

(10년째 쓰고 있는 향순데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ㅋ)

 

   

 

 

이건 어떤가요?

작품명 : 얼음판 위의 싸나이

 

 

 

 

내막을 알고보면 매우 허접합니다.

굴러다니는 락앤락 아크릴 통 하나를 구해 그 위에 모델을 세우고

바로 아래에서 플래시 발사!

 


 

 
사실 무선동조는 인물 역광촬영에서 진가를 드러냅니다.
(게임에 빠진 우리 아들)
 
 

 
머리카락과 얼굴선을 이렇게 또렷이 살릴 수 있는 방법은 강한 역광촬영 뿐입니다.
햇살 가득한 야외에서, 저녁 노을 아래에서도 꼭 플래시를 이용하십시오!   
 
 


한가지 단점은 먼지까지 잘 보인다는 것....
 
 
 
 
 
 
 
 
 
즐거운 사진 생활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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