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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하는곳

다빈치와 세례요한의 미스터리

라파엘로의 '마돈나(성모)' 그림들 가운데에는 예수와 세례요한이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이 멀지 않은 친척관계였고, 후에 세례요한이 예수의 앞길을 축원했다는 성경적 사실들을 암시하기 위해서이다. (이때 세례요한은 대개 십자가 지팡이를 짚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라파엘로, <초원의 성모 (Madonna of the Meadow)> (1505)  빈 예술사박물관 소장

왼편이 세례요한, 오른편이 예수이다.

 

 

 

라파엘로, <아름다운 정원사의 성모 (La Belle Jardiniere)> (1507)  파리 루브르박물관소장 

왼편이 예수, 오른편이 세례요한이다.

 

 


이런 모습과 분위기는 라파엘로뿐 아니라 다른 화가들의 작품 속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당시 대표적인 표현양식이었다. 그런데 다빈치만은 달랐다. 그는 일반적인 생각들과는 뭔가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아래의 그림을 보자.


 

 

다빈치, <암굴의 마돈나(Madonna of the Rocks)> (1483∼1486) 파리 루브르박물관 소장.

왼편이 예수, 오른편이 세례요한이다. (그 옆은 천사 우리엘이다.)

 

 

이것은 위의 라파엘로의 그림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동굴 속이라는 그림의 배경도 특이하지만 등장인물들의 관계도 매우 이상하게 느껴진다. 본래 이 그림의 제작을 의뢰한 밀라노의 성 프란체스코 성당에서는 완성작을 받고 보자마자 경악하였다고 한다. 한눈에 보아도 예수보다 세례요한이 훨씬 더 부각돼 보이기 때문이다. 교회에서는 수정을 요구했고, 다빈치는 거부했다. 이들은 무려 20년간의 논쟁을 벌였는데, 결국 다빈치는 아래의 수정본을 내놓았다. 

 


 

 
다빈치, <암굴의 성모 (Virgin of the Rocks)> (1508)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
왼편이 세례요한, 오른편이 예수로 바뀌었다. (천사 우리엘의 손은 어디로 갔을까?)
 

이것은 서양미술사에서 작은 에피소드로 기록돼있지만, 현재까지도 숱한 의혹들을 낳고 있는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워낙 미스테리한 인물이었다. 그는 분명 <암굴의 마돈나>라는 작품 속에서 드러내고 싶어했던 메시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그것을 아래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빈치, <성 세례요한 (St. John the Baptist)> (1508) 파리 루브르박물관 소장.
 
 
 그림만 보고는 도저히 제목을 짐작할 수 없는 이 작품... 왜 작가는 '세례요한'을 여성적 이미지를 한껏 강조한 모습으로 그렸을까? 그림 가운데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저 손가락 신호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혹시 다빈치는 <암굴의 마돈나>를 불가피하게 수정하면서, 그 메시지를 여기에 남기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고 보니 천사 우리엘의 손모양과 닮아있다. 그리고 제작연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런 작품이 단 하나뿐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빈치, <세례요한 (John the Baptist)> (1513-1516)  파리 루브르박물관 소장.
 
다빈치가 세례요한을 통해 자꾸 무언가를 말하려 했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는 단순한 그림분석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다빈치코드에서 프리메이슨까지 숱한 음모이론들이 제시되는 것도 여기에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