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을 하는곳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의 대사건

오늘(6월 24일)은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로, 세례요한의 탄생을 축하하는 가톨릭 교회의 중요한 축제일이다. 그런데 이날을 기념해 일어난 큰 사건이 하나 있다. 1717년 6월 24일, 영국에서 프리메이슨(Freemason)이라는 조직이 결성된 것이다.

 

프리메이슨은 세계에서 가장 큰 비밀단체로, 숱한 음모이론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름이다. 음모이론가들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세계 각국의 정치, 경제, 사상, 교육, 언론, 군사, 종교 등 각 방면에서 활약하면서 '세계단일정부'를 세우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유명한 지도자들 가운데 절대 다수가 프리메이슨 단원인데, 이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다른 단원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다소 허황돼 보이는 이러한 주장들은, 놀랍게도 매우 뿌리깊은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역사적으로 보면, 프랑스 혁명 직후부터 이러한 음모론이 유포되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프리메이슨에 대한 서구 사회의 공포가 그만큼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프리메이슨은 분명히 현존하는 조직이다. 현재 세계 곳곳에 10만여 개에 이르는 이들의 집회소(롯지 lodge라고 부름)가 있고, 600만 명의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모차르트, 괴테, 조지 워싱턴, 처칠, 맥아더 등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도 다수 있으며, 영국 왕실의 역대 왕자들 가운데에는 무려 16명의 프리메이슨이 있었다. (그 중 4명은 왕이 되었다.) 지금도 영국의 프리메이슨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촌 동생인 에드워드 왕자 (일명 켄트공 Duke of Kent)가 이끌고 있다.

 

프리메이슨들 스스로는 자신들이 먼 옛날 '솔로몬의 성전'을 짓던 건축가들의 후예라고 주장하지만 입증할 수는 없는 일이고, 이들의 공식적인 역사는 정확히 288년 전으로부터 시작된다. 1717년 6월 24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을 기념해 런던의 프리메이슨 4개 조직이 모여 하나의 연합체를 결성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하나의 완성된 조직체임을  대외적으로 선포하였다. 이것이 프리메이슨의 탄생이다.

 

프리메이슨은 중세부터 활동해 온 석공조합을 모태로 하고 있다. 당시 석공들은 다른 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길드(조합)를 결성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업종과는 달리 석공들은 (건축공사의 특성상)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여기저기를 자유롭게 떠돌아 다녔다. 그래서 이들을 특별히 '자유석공(Free Mason)'이라 부르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유석공조합은 최첨단의 기하학을 바탕으로 고딕성당을 완성한 주인공이었다. 많은 지식인들이 여기에 가입하기를 원했고, 결국에는 건축가들만의 모임에서 일반적인 사교모임으로 확대되었다. 18세기 초반까지 이들의 집회소인 롯지(lodge)들은 소규모로 분산돼 있었는데, 이것이 1717년을 기해 '그랜드 롯지(Grand Lodge)'라는 상위조직으로 통폐합된 것이다. 

 

 
 
* 런던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에 위치한 세계 프리메이슨의 총본산 UGLE (The United Grand Lodge of England).  바로 이곳에서 현대 프리메이슨이 탄생하였다. 참고로 이 건물은 1931년에 세워진 것이다.
 
 
 
프리메이슨은 무슨 이유로 세례요한의 탄생일을 자신들의 생일로 삼았을까? 그것은 그들이 그만큼 세례요한의 전통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메이슨은 자신들 스스로 세례요한을 숭앙하고 있음을 밝힌다. 세례요한은 예수의 앞길을 축원한 인물로 교회에서 중시되어 왔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캐릭터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세례요한은 고대 유대 공동체인 '에세네파(Essenes)'를 이끌던 수장으로, 당시 예수와는 일종의 라이벌 관계였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의 '야훼신앙'이었던 기독교가 현재 세계의 대표종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교리체계 덕분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대부분 예수 사후 수 백년이 지난 후 '정해진' 것이다. 수많은 '공의회'들을 통해 하나씩 합의해 나가고, 만들어 나간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이전까지는 현재의 기독교와는 사뭇 다른 '이단' 버전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이들은 일단 이단의 판정을 받게되면 의도적으로 말끔히 소멸되곤 했다. 체계적인 교리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프리메이슨은 언제나 '옛날의 비밀들(ancient mysteries)'을 중시한다. 그것은 단순히 피라미드를 짓던 공법이나 솔로몬의 성전을 세운 건축기술이 아니라, 그야말로 상징과 은유를 통해 전해져 온 비밀스런 코드들을 의미한다. 예수, 성궤, 성배, 성전기사단 등의 행적과 미스터리들 가운데 반드시 '프리메이슨'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리고 프리메이슨을 '기독교 세계를 무너뜨리고 세계를 지배하려 하는' 음모의 집단으로 보는 시각도 이러한 종교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일이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크리스마스'는 예수가 태어난 '진짜 생일'이 아니다. 태양신이 태어난 날이라고 축제를 벌이던 이교도들의 축제일 날짜를 빌어 온 것이다. 12월 25일을 숭배해온 이교도들을 효과적으로 복속시키기 위해 이 날을 예수 그리스도의 생일로 삼았고, 그 결과 저항없는 포교활동을 벌일 수 있었다. 즉, 애초에는 의도된 '정책'으로 시작된 기념일이 2천 년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는 마치 당연한 사실인 것 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마찬가지로, 6월 24일이 세례요한의 '진짜생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역시 이교도들의 축제일 날짜를 빌어왔다고 한다.) 
 
프리메이슨은 어쩌면 해마다 6월 24일이면 축제를 벌이던 드루이드(Druides, 고대 켈트족의 사제들)의 후예들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이 이 날을 기념하는 이유는 세례요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알(Baal, 켈트족을 비롯한 여러 이교도들이 섬기던 주신)'을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세례요한이라는 미스터리의 이름은 바로 이러한 여러 논쟁들 속에서 진폭을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