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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대한민국 육군이 사용하는 러시아 최신형 전차- T-80U 전차

T-80U 전차

1996년 9월, 서울공항에는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러시아제 An-124 수송기가 활주로에 내려 앉았다. 수송기 안에는 우리군 최초로 정식 도입된, 러시아 전차 T-80U가 실려 있었다. 적 전차로 여겨졌던 러시아산 전차가 한국땅을 밟자, 군관계자들은 격세지감을 실감했다. 당시 국내에 도입된 T-80U 전차는 러시아의 최신형 전차로, 러시아군도 그 당시 400여 대 밖에 도입하지 못했다. 총 30여대가 도입된 T-80U 전차는, ‘적성장비’ 즉 적의 무기체계를 연구하기 위해 들여온 교육용 전차였다. 그러나 육군은 이후 T-80U 전차를 정식장비로 채택했고, 지금은 일선부대에서 전투용으로 사용 중이다. 육군의 T-80U 전차는 적성장비를 군의 정식장비로 채택한 사례로,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경우라 할 수 있다.

 

T-80U 전차 동영상. 기동 모습과 주포 발사 모습 등을 담고 있다. <출처: 로스부르제니사>

 

 

베일에 싸인 의문의 전차


T-80U 전차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T-80 전차는 1976년 등장했다. 냉전이 정점에 달하던 시절, 당시 구 소련군의 최신형 전차, T-80에 대한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철의 장막을 넘어 알려진 정보들은, 서방측 군관계자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T-80 전차는 구 소련군의 최정예 부대에만 배치된, T-64 전차를 발전시킨 신형 전차였다. T-64 전차는 기존의 T-62 전차와 달리 신형 차체와 125mm 활강포를 장착하고, 강력한 장갑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구 소련제 전차와 달리, T-64 전차는 국외에 단 한대도 수출된 적이 없었다. 구 소련 붕괴 이후 알려졌지만, T-80 전차는 T-64 전차의 저조한 기동력을 개선하기 위해 개발된 전차였다.

 

T-64 전차. T-80은 이를 발전시킨 것이다. <출처 (cc) Ashot Pogosyants>

냉전 당시의 구 소련군의 최신형 전차였던, T-80.

 

 

가스터빈 엔진을 장착한 최초의 러시아 전차


T-64 전차에 장착된 수평대향 디젤엔진은 일반적인 디젤엔진에 비해 무게중심이 낮고 진동이 적었다. 그러나 전차에 충분한 기동력을 제공하지 못했고, 복잡한 엔진 구조 때문에 야전에서의 정비도 불편했다. T-80 전차에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구 소련 전차 최초로 항공기에 주로 사용되는 가스터빈 엔진을 장착했다. 가스터빈 엔진은 전차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디젤 엔진에 비해, 경량이면서 저온에서의 시동성이 좋다. 또한 구조가 간단하고 정비보수가 유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생산비가 높고 연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T-80 전차에 장착된 가스터빈 엔진은 1000마력의 출력을 자랑했다. T-80 전차는 T-64 전차보다 명중률이 향상된 신형 사격통제장비와 신형장갑을 장착했다.

 

T-80U 전차에 장착된 GTD-1250 가스터빈 엔진. <출처: 로스부르제니사>

T-80U 전차에는 125mm 포탄 45발과, 6발의 포 발사 대전차 미사일 그리고 기관총 및 기관포 탄약이 탑재된다. <출처: 로스부르제니사>

 

 

1985년에 등장한 T-80U 전차

T-80 전차는 지속적으로 개량되었다. 현재 육군이 사용하는 T-80U 전차는 1985년에 등장했는데,  서방측에는 T-80U 전차의 존재가 1989년이 되어서야 알려졌다. T-80U 전차는 차체는 T-80 전차와 동일한 것을 사용한다. 그러나 포탑은 중동전과 아프간 전을 교훈 삼아 새로 설계되었다. 덕분에 구 소련 전차의 최대 약점이라 할 수 있는 포탑 방어력이, 라이벌인 서방측 전차 이상으로 향상되었다. 또한 포탑 외부에 장착되는 반응장갑은 성형작약탄 뿐만 아니라, 운동에너지탄에도 효과가 있는 신형이 장착되었다. 사격통제장치와 야시장비의 기능 또한 강화되어, 이동간 사격과 야간 전투능력이 향상되었다. 엔진 또한 1250마력의 신형 엔진으로 교체되었다. T-80U 전차는 최대 시속 74Km를 자랑하며, 증가연료탱크를 장착할 경우 440Km의 항속거리를 가지고 있다.

 

성능을 시연 중인 T-80U 전차. <출처: 로스부르제니사>

 

 

수출시장에 내몰린 비운의 전차


한때 구 소련군의 비장의 무기였던 T-80U 전차는 구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로 재편되면서 경제난을 이유로 수출시장에 모습을 선 보이게 된다. 1993년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에서 T-80U 전차가 수출시장에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그러나 최신형 전차 임에도 불구하고, 좀 처럼 수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1996년 체첸분쟁 당시 그로즈니 시가전에서 러시아군이 운용하던 T-80B와 T-80BV 전차는, 체첸반군의 RPG-7 대전차 로켓포에 대량으로 파괴되었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전차 운용병들의 숙련도가 낮았고, 시가전에 무리하게 대량의 전차를 동원했던 러시아군의 전술에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점은 결국 수출의 악재로 작용했고, T-80U 전차의 수출은 요원한 듯 했다.

 

T-80U 전차의 주포인 125mm 활강포가 불을 뿜고 있다. <출처: 로스부르제니사>

 

 

돈 대신 받아온 전차

1991년 우리 정부는 당시 구 소련에게 14억 7000만 달러의 경협차관을 빌려 주었다. 그러나 구 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러시아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었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갚아야 할 상황이었지만 돈이 없었고, 현금 상환 대신 현물 상환을 하기로 협정을 체결한다. 이때부터 러시아제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이 시작되었고, 이렇게 도입된 군장비중 하나가 T-80U 전차이다.

 

육군이 운용 중인 러시아의 T-80U전차. 불곰사업을 통해 적 무기체계 교육용으로 도입되었다가 정식장비로 채택되었다. 국내에서 30여대가 운용 중이다. <출처: 디펜스 타임즈 코리아>

 

 

육군에 배치된 T-80U 전차는 많은 군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충격이었다. 당시 105mm 주포 위주였던 육군의 전차와 달리, T-80U 전차에 장착된 125mm 주포는 대구경 포답게 강력한 위력을 보여 주었다. 또한 우리 전차에는 없었던 자동장전장치와 포 발사 대전차 미사일 등은 기존 전차와 한 차원 다른 전차로 보여졌다. 이러한 T-80U 전차의 특징들은 육군의 차기 전차 K-2의 개발과정에 반영 되었다.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T-80U 전차는 3개국에 수출되었으며, T-80 계열 전차들은 2005년 기준으로 5000여대가 생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