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전함- AC-130 건십(Gunship)

AC-130 건십(Gunship)은 중무장 지상 공격기로, 하늘의 전함 혹은 죽음의 천사로도 불린다. 강력한 화력과 긴 체공시간은, 다른 공격기들에게서 볼 수 없는 AC-130 건십만의 장점이다. 특히 특수부대와 같이 소수의 병력이 다수의 적과 싸울 경우, AC-130 건십은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한다. 건십이란 단어의 유래는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과 영국의 해군에서는, 연안과 하천 작전에 특화된 군함을 건보트(Gunboat)라고 불렀다. 이후 베트남전에서 중무장한 공격기와 무장헬기 그리고 공격헬기를 건십으로 불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오직 AC-130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AC-130 건십(Gunship). 중무장 지상 공격기로 하늘의 전함, 죽음의 천사로 불린다. 사진은 대공미사일 회피용 플레어(flare) 발사 장면.

 

 

건십의 탄생 건십의 시작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평양 전쟁 당시 미군은 일본군의 수송선단을 공격하기 위해, B-25 중(中)폭격기에 12~18정의 12.7mm 기관포를 장착했다. 대량의 기관포를 장착한 B-25 폭격기는 상선들을 상대로 큰 전과를 올렸다. 이로써 방어력이 약한 목표물에는 폭탄보다 기관포가 더 효과적임이 증명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이후 B-26 중(中)폭격기로 이어졌다. 다수의 기관포와 기관총을 장착한 B-26 폭격기는, 뒤이어 벌어진 한국전쟁에서 공산군의 수송부대를 상대로 맹위를 떨쳤다. 베트남전이 시작되던 1960년대 미 공군의 한 장교는 국방성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수송기의 동체 측면에 다수의 기관총과 기관포를 장착한 건십을 제안한 것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 건십에 의심을 가졌지만 실험을 통해 기수에 기관총과 기관포를 탑재한 것보다 명중률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미군은 건십의 제작에 나선다.

 

건십의 시조 격인 B-25 중(中)폭격기. 대량의 기관포를 탑재하여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했다.

기관포와 기관총을 장착한 B-26 폭격기. 한국전쟁에서 맹위를 떨쳤다. <출처: 미 공군>

 

 

베트남전의 건십들 처음으로 등장한 건십은 C-47 수송기를 개조한 FC-47D 건십이다. 스푸키(Spooky)란 별칭을 가진 건십은 C-47 수송기에 7.62mm 미니건(Minigun) 3기를 탑재했다. FC-47D는 이후 AC-47D로 개칭되었다. 미니건은 분당 3,000여 발에서 6,000여 발의 발사속도를 선택할 수 있으며, 3기의 미니건이 동시에 불을 뿜으면 분당 최대 18,000여 발의 발사속도를 자랑했다. 이후 등장한 AC-47D 건십 중에는 M1919 7.62mm 기관총 10여정을 장착하기도 했다. 총 50여대가 생산된 AC-47D 건십은 1965년부터 베트남에 배치되었다. AC-47D 건십은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의 생명선이라 할 수 있는 호치민 루트 상공을 날아다니며, 이곳을 오가는 트럭을 상대로 혁혁한 전과를 기록했다. 특히 귀신이라는 별칭답게 야간에 조명탄을 떨어뜨리며, 무시무시한 총탄의 비를 만들었다. 호치민 루트를 오가던 10,000여대의 공산 측 트럭들은, AC-47D 건십의 공격에 고철 덩어리가 되고 말았다.

 

AC-47D 건십이 만들어 내는 총탄의 비, 예광탄으로 인해 탄도를 확인 할 수 있다. <출처: 미 공군>

AC-47D 건십은 50여대가 생산되어 베트남에 배치되었다. <출처: 미 공군>

 

 

AC-130 건십 AC-47D 건십으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북베트남군은 각종 대공포를 갖추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저속에서 기동성이 나쁜 AC-47D 건십은 피해가 속출했으며, 50여대의 AC-47D 건십 중 19대가 격추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1966년 AC-47D 건십의 피해가 커지자, 미군은 AC-130 건십을 개발한다. AC-130 건십은 당시 최신예 수송기였던 C-130 수송기를 개조한 것으로, 무장은 7.62mm 미니건 4기와 20mm 발칸(Vulcan)포 4기가 장착되었다. C-130 수송기는 비록 대형의 기체였지만, 소형 기체 못지 않은 우수한 기동성을 가졌다. 또한 무장 탑재량에서도 AC-47D 건십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생존성 향상을 위해 장갑판을 장착했고, 엔진에 자동소화장치를 도입했다. 이후 생산된 개량형들은 야간에도 대낮처럼 볼 수 있는 각종 야시 장비도 추가적으로 설치되었다. 무장 또한 강화되어 적의 대공포 사거리 밖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으면서, 강력한 화력을 자랑하는 40mm 보포스 기관포와 M-102 105mm 야포가 추가적으로 탑재했다.

 

AC-130H 스펙터(Specter)는 베트남전 이후 발생한 각종 분쟁에서 혁혁한 전과를 기록한다.

AC-130H 스펙터(Specter)에 장착된 M-102 105mm 야포. <출처: 미 공군>

 

 

최신예 건십 AC-130U과 간이형 건십의 등장 베트남전이 끝나자 AC-47D 건십을 비롯한 각종 건십들은 퇴역하게 되고, AC-130 건십만이 남게 되었다. 베트남전 말기 개발된 AC-130H 스펙터(Specter)는 베트남전 이후 발생한 각종 분쟁에서 혁혁한 전과를 기록한다. 미국의 그레나다 침공과 파나마 침공 등에 참가했고, 1991년 걸프전에도 참가했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 군의 견착식 대공 미사일에 1기가 격추되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지만, 그 위력은 절대적이었다.

 

AC-130U의 내부 및 사격 동영상. 마치 컴퓨터 게임하듯 포를 쏘는 것이 인상적이다.

 

걸프전 이후 등장한 AC-130U 스푸키는 이전의 AC-130H 스펙터에 비해 야시장비와 사격통제장비도 강화되었고, 적 방공망 하에서도 효과적인 작전이 가능하도록 전자전 장비도 충실하게 갖추었다. 또한 AC-130H 스펙터에 탑재되었던 20mm 벌컨포(Vulcan)는, 보다 큰 구경을 자랑하는 25mm 벌컨포로 교체되었다. AC-130U 스푸키는 9.11 테러 이후 일어난 아프간전과 이라크 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아프간전이 장기화되면서 AC-130 건십에 대한 작전 소요가 늘어나자, 미군은 간이형 건십도 운용 중에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 해병대가 운용중인 KC-130J 공중급유기에,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과 30mm 체인 건(Chain-gun)을 장착한 하베스트 호크(Harvest HAWK)가 있다. 평상시에는 공중급유기로 사용되지만, 유사시에는 무장을 장착해 건십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미 공군 또한 MC-130W 특수전기를 활용한 드래곤 스피어스(Dragon Spears)를 계획 중이다.

 

AC-130U 건십의 25mm 벌컨포 발사 장면. 사격의 연기와 예광탄 줄기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