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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항공기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축제-에어쇼(air show)

에어쇼

하늘을 나는 것은 오랜 기간 인간의 꿈이었다. 이 꿈은 1903년 12월 17일 라이트 형제에 의해 이루어졌다. DC-3 여객기가 등장하면서 하지만 하늘을 나는 것이 보편화되기까지는 3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따라서 초기의 항공산업은 놀라운 볼거리이자 특권의 상징이었다.

 

에어쇼의 꽃인 곡예비행. <출처: 대한민국 공군>

 

 

1909년 최초의 에어쇼 열려


최초의 에어쇼는 1909년 8월 프랑스 랭스에서 개최되었다. 랭스 에어쇼(Reims Air Meet)는 무려 50만 명의 관객이 모이면서 대 성황을 이뤘고, 이후 에어쇼의 기준을 세웠다. 당시 에어쇼를 주최한 랭스 시 공무원들은 인근의 포도밭을 공항으로 만들었고, 밀려드는 수많은 관객들을 위해 숙소, 레스토랑, 이발소는 물론 언론의 취재지원까지도 수행했다.


랭스 에어쇼에는 경연대회도 벌어졌는데, 고도경쟁이나 내구도 경쟁 등이 있었지만 가장 높은 인기를 끈 것은 속도 경쟁이었다. 어떤 항공기가 가장 빨리 날 것인가를 두고 각국 참가자들의 자국의 명예를 걸고 경쟁했다. 랭스 에어쇼의 성공은 이후 미국의 LA나 뉴욕, 보스턴 등에서 유사한 포맷의 에어쇼를 개최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도 같은 해인 1909년, 7월부터 국제비행선전시회(Internationale Luftschiffahrt-Ausstellung)가 열렸는데, 이것을 에어쇼로 시초로 보는 주장도 있다. 수많은 레이싱 조종사들과 스턴트 조종사들이 이런 에어쇼의 주역이었다. 관객들은 조종사들의 목숨을 건 활약에 열광했고, 에어쇼는 대중들에게는 스릴 있는 볼거리로 성장했다. 그리하여 불과 몇 년 만에 에어쇼는 국제적인 행사로 부각되었다.

 

1909년의 랭스 에어쇼의 한 장면.

1909년 독일의 국제비행선전시회 포스터.

 

 

에어쇼의 가장 큰 후원자는 공군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항공산업이 대중화가 되면서 에어쇼의 양상도 많이 변화했다. 더 이상 비행기 자체가 신기한 구경거리는 아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늘날의 에어쇼는 주로 항공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군용항공기 마니아들이 주요 관객층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에어쇼를 찾는 사람들의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바로 비행에 대한 열정이다. 한편 에어쇼는 언제나 사고의 위험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스릴도 관객을 끌어당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국가의 첨단 국방기술과 항공기술의 집결체인 전투기에 대한 관심은 어느 에어쇼에서도 빼어 놓을 수 없는 핵심이 된다.


특히 오늘날의 에어쇼를 주최하고 지원하는 주축은 바로 군대이다. 에어쇼에 나오는 비행기들의 상당수는 군용기이다. 또한 행사장에서 시연비행을 하는 기체의 대부분은 군용기이다. 특히 첨단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공군이기 때문에 군의 후원이 없이 제대로 된 에어쇼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에어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곡예비행을 선보이는 특수비행팀도 대게 그 나라의 공군 소속이다.

 

에어쇼의 최대 후원자는 그 나라의 공군이다. <출처: USAF>

에어쇼에는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진은 곡예비행 중 비상탈출을 실시하는 미 공군 특수비행팀 선더버드 조종사의 모습. <출처: US Air Force>

 

 

세계의 에어쇼

에어쇼의 양대 산맥은 파리 에어쇼와 판버러(Farnborough) 에어쇼이다. 파리에어쇼는 홀수 년마다 실시되는데 파리근교의 르부르제 공항에서 벌어진다. 파리 에어쇼는 1909년부터 실시되어 온 세계 최장수 에어쇼이기도 하다. 이렇게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행사이다보니, 항공제작사들은 이곳에서 주요한 계약을 체결하고 언론에 발표하기도 한다. 판버러 에어쇼는 짝수 년마다 햄프셔의 판버러 공항에서 개최된다. 원래는 영국공군의 에어쇼로 1920년부터 시작되었지만 이후 항공업계가 진행하는 행사로 바뀌었다. 이렇게 홀짝년도를 번갈아 큰 전시회를 주고 받는 영국과 프랑스는 지상군장비 전시회도 큰 행사를 서로 격년제로 운용하고 있다.

 

파리 에어쇼 장면 (2007년).

판버러 에어쇼 장면 (2006년). <출처: (cc) MilborneOne at en.wikipedia>

 

 

한국의 대표 에어쇼 – 서울 에어쇼

한국에도 에어쇼가 있다. 공군기지의 개방행사를 벗어나 국제적인 에어쇼가 한국에서도 열리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서울 에어쇼이다. 서울 에어쇼는 1996년 처음 시작되었다. 이후 1998년에 2회, 2001년에 3회 행사가 개최된 이후에 줄곧 홀수 년도에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행사장소는 대통령 전용공항으로 사용되는 성남비행장이다. 제3회 행사만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었지만, 이후 줄곧 성남 비행장이 활용되어 오고 있다.

 

2009년 서울 에어쇼 동영상. <출처: http://www.seoulairshow.com>

2011년 서울 에어쇼의 재미거리 (10.18~10.23, 성남 서울공항)

 

 

2011년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전시회 장면, 에어쇼인 ‘서울 에어쇼’와 지상무기 전시회인 ‘디펜스 아시아’가 합쳐진 행사로
다양한 항공기와 지상 무기를 볼 수 있다.

 

 

언제나 비슷할 수 있는 에어쇼지만 볼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우선 수많은 항공기들 가운데 새롭게 등장한 기종들이 있다. 공군이 이번에 도입한 E-767 피스아이 조기경보기나 FA-50 등이 관심의 대상이다. 민간 기종에서는 에어버스 A380이나 보잉 787 드림라이너가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어느 에어쇼이든 관전 포인트는 그 국가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도전하는 기종들이다. 한국에서는 현재 3차 차세대 전투기 사업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F-35AF-15SE유로파이터 타이푼, T-50 파크파 등 4개 기종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실제 기체는 단 한 대도 에어쇼에 참가하지 않는다. 크고 작은 이유가 있겠지만 8조원 규모의 사업이 추진되는데도 후보기종이 단 한 대도 비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에어쇼의 백미는 바로 특수비행팀의 곡예비행이다. 대한민국 공군의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는 모두 9명의 조종사와 30명의 정비요원, 그리고 6명의 지원요원으로 구성된다. 블랙이글스 이전에도 우리 공군은 F-51 무스탕, F-86 세이버, F-5A 타이거II 등 항공기를 운용하면서 특수비행팀을 꾸려왔었다. 블랙이글스는 1994년 창설한 이후 줄곧 A-37을 운용해왔는데, 2010년 12월부터는 T-50B를 수령하여 운용중에 있다.

 

서울 에어쇼의 백미, 국산 제트기 T-50B를 운용하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