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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근거리 전투에서 위력전인 총-기관단총(Submachine gun)

기관단총

‘기관단총’은 ‘기관총’과 어떻게 다를까? 기관총(機關銃)이란 영어로는 machine gun이라고 부른다. 기계장치에 의하여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연속으로 나가는 총을 말한다. 반면 기관단총은 영어로 submachine gun이라고 부르는데, 기관총과 비슷한 구조이지만 조금 더 작은 총을 뜻한다. 기관총처럼 기계장치에 의해 연발발사가 가능하지만 ‘Sub-’라는 말이 붙어있는 만큼 매우 작고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총을 말한다.

 

기관단총의 제왕이라 불리는 MP5 기관단총. 사진은 MP5-N모델. <출처: heckler-koch>

 

 

기관총과 기관단총은 용어는 비슷해도 그 역할은 전혀 다르다. 기관총은 보통 강력한 탄환을 사용하며, 경기관총이라 해도 통상 무게가 10kg 정도에 이른다. 정밀한 사격보다는 막강한 연발사격능력을 바탕으로 적이나 지역을 제압하는 것이 기관총의 용도이다. 반면 기관단총은 보통 권총탄환을 사용하며, 3~4kg의 가벼운 무게로 근접한 거리에서 교전하는 것이 용도이다.

 

 

기관단총의 역사


제1차 세계대전 이전만 해도 개인이 휴대하는 무기는 권총과 소총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의 소총은 한발을 쏘고 다시 장전하는 단발소총이었고, 전체 길이도 길어서 휴대가 불편했다. 권총은 편리했지만, 총열도 짧고 사정거리는 기껏해야 50m도 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연발로 소총탄을 쏠 수 있는 기관총이 등장했지만, 워낙 크고 무거워서 개인이 운용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있다. 권총에 개머리판을 장착하고 총신을 늘려서 연발로 사격하는 총기를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반자동 사격을 위해서 개발된 권총을 가지고 연발화기를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개발자들은 사고를 전환했다. 권총탄을 쏘는 기관총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소총과 비슷하거나 짧지만 권총탄을 연발로 발사할 수 있는 초소형  기관총, 즉 기관단총이 탄생했다.

 

베레타 모델 1918.

 

 

초기의 기관단총으로는 이탈리아의 베레타 모델 1918(Beretta 1918), 독일의 MP18, 미국의 톰슨 기관단총(Thompson submachine gun, 톰프슨 기관단총)을 들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1918년에 개발한 베레타 모델 1918 은 탄창을 위에서 삽입하는 형태로 무게는 3.3kg에 전체 길이는 1m 정도로 9mm 탄환을 발사하는 휴대용 연발화기였다. 베레타 모델 1918은 이전에 있던 빌라르페로사(Villar-Perosa)라는 총을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다. 빌라르페로사는 권총탄을 연발로 발사할 수 있는 총이었으나, 개인 휴대용 화기는 아니었다.

 

독일의 MP18도 역시 1918년에 제식화된 기관단총이다. MP18은 무려 3만5천 정 이상 생산되면서 전선에서 맹활약을 하여 기관단총의 위력을 실전에서 최초로 보여준 총이다. MP18의 활약은 엄청났다. MP18을 든 독일병사들이 참호에 뛰어들어 연발로 탄환을 흩뿌리자 연합군 병사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MP18에게 호된 홍역을 치룬 연합국들은 1차 대전에서 독일이 패망하자 베르사이유 조약을 통해 독일이 경량자동화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

 

MP18 기관단총.

 

 

1차대전 직후에 발매된 톰슨 기관단총은 미국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기관단총이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후에 물건이 나오는 통에 군대는 커다란 고객이 되지 못했다. 이후 톰슨 기관단총은 경찰용으로 세일즈를 하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톰슨은 민간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판매되었는데, 특히 금주법이 시행된 이후에 마피아들이나 은행강도의 무기로 호평을 받게 된다. 특히 ‘공공의 적 1호’인 존 딜린저(John Herbert Dillinger, Jr. 1903~1934)는 톰슨 기관단총을 애용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맹활약한 기관단총


1차대전 이후에 다양한 총기들이 개발되었다. 특히 보병이 개인적으로 휴대할 수 있는 연발화기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소총탄을 연발로 발사하는 자동소총의 개발은 여전히 기술적인 장벽에 부딪혔다. 그 대신 이미 능력이 입증된 기관단총에 대한 개발이 꾸준히 추진되었다. 그 결과 제2차 세계 대전에서 기관단총은 보병들의 기본화기로 자리잡게 되었다.

 

톰슨 기관단총을 든 존 딜린저.

독일군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MP40 슈마이저 기관단총.

 

 

대표적인 기관단총 중 하나가 바로 MP40 슈마이저(Schmeisser)이다. MP40은 간단한 구조로 인하여 생산하기 쉬웠고, 아프리카 전선 같은 척박한 곳에서도 고장률이 낮은 편이었다. 9mm 권총탄을 사용하여 유효사거리는 100m에 불과했고, 소총에 비해 파괴력이나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졌지만, 치열한 시가전을 벌였던 독소전쟁 등에서 매우 유효한 무기로 평가되었다.


한편 MP40보다 더욱 높은 명성을 날렸던 총기가 있다. 우리에게 ‘따발총’이라고 알려진 PPSh-41 기관단총이다. MP40처럼 프레스 제작으로 생산된 PPSh-41은 평균생산시간이 7.3시간에 이를 정도로 짧았고, 전쟁말기까지 무려 600만 정이나 생산되었다. 특히 7.62x25mm 토카레프 권총탄을 사용하는 PPSh-41은 사정거리가 150m에 이르러 독일군의 MP40보다 우수했다. 독일군은 심지어 노획한 PPSh-41을 MP717로 부르고 제식으로 채용하기까지 했다.

 

구소련의 PPSh-41 기관단총, 일명 ‘따발총’.

 

 

생산성이 높은 기관단총들은 따로 있다. 영국이 개발한 스텐(STEN) 기관단총이다. 독일의 공격으로 한창 수세에 몰려있을 때 생산이 시작된 스텐 기관단총은 당시 생산시설과 자원이 극도로 부족했던 영국의 상황을 반영한 ‘빈자의 기관단총’이었다. 생산단가가 낮고 만들기 쉬운 기관단총으로 설계되어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5시간에 불과했으며 모두 450만 정이 생산되었다. 파이프를 붙여 만든 것 같은 외양으로 ‘배관공의 악몽’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한편 미군은 2차대전 이전부터 톰슨 기관단총을 배치하기 시작했으나, 전쟁이 발발하자 좀더 단순한 형태의 M3 기관단총을 보급했다. M3는 생긴 모습 때문에  ‘기름총(Grease Gun)’ 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으며, 부족한 톰슨을 대체하여 주력 기관단총의 자리를 차지했다.

 

스텐 기관단총을 쏘는 윈스턴 처칠.

 

 

세계대전 후의 기관단총

2차 대전 이후 다양한 기관단총들이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기관단총으로는 MP5와 우지(Uzi), MAC10 등이 있다. 1950년에 등장한 우지(Uzi)는 1954년부터 이스라엘군 특수부대의 무장으로 채용되었으며, 이후에는 전군의 무장으로 채용되었다. 특히 1956년 수에즈 전쟁에서 커다란 활약을 한 우지 기관단총은 이후 세계의 수많은 군, 경찰로부터 사랑받는 기관단총이 되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현대적 화기의 물결 앞에서 우지는 더 이상 현역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한편 기관단총으로 현대사를 장식한 또다른 총은 바로 MAC10 기관단총이다. 전체 길이가 30cm 남짓인 이 초소형 기관단총은 기관단총이라기보다는 권총에 가까운 총기이다. 이 기관단총은 군용으로서 성공하지는 못했다. 작은 크기지만 막강한 화력을 갖추어 오히려 어둠의 세계에서 각광받는 총기가 되었고, 갱스터나 첩보조직의 화기로 환영받았다.


마지막으로 기관단총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MP5를 빼어놓을 수 없다. 1966년 등장한 MP5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기관단총이다. MP5는 폐쇄노리쇠 작동방식 덕분에 정밀한 사격이 가능하여, 군/경찰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관단총이 되었다. 특히 1980년 이란 대사관 인질구출작전(작전명 님로드)에서 영국 특수부대 SAS가 MP5를 사용하는 장면이 BBC 방송으로 전세계로 퍼지면서, MP5는 특수부대의 상징과도 같은 총기가 되었다.

 

우지 기관단총은 6~70년대 가장 인기가 높은 기관단총이었다. 사진은 레이건 대통령 암살시도 이후 우지를 들고 상황을 통제중인 대통령경호관의 모습.

MP5 기관단총은 대테러부대나 경찰특공대 등 특수임무를 맡은 부대들이 애용한다.<제공: 양욱>

 

 

기관단총의 미래


현재 기관단총의 미래는 밝지 않다. 이미 자동소총과 돌격소총이 보편화되면서 기관단총은 더 이상 보병제식무기로서의 위상은 없어진 지 오래이다. 기관단총은 대부분 9mm 권총탄을 사용하여 사거리가 짧으며, 살상력도 낮은 편이다. 특히 방탄조끼가 보편화되는 현대전장에서 기관단총은 더 이상 범용화기로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MP5 같은 기관단총은 대테러임무와 같은 특정 상황에서 쓰일 수 있다는 특수성 때문에 아직도 현역을 지키고 있지만, 이마저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카빈이 기관단총으로 분류되기도 하며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의 대부분의 특수부대들이 MP5를 버리고 M4 CQBR(짧은 총열을 채용한 M4 소총)을 채용하는 추세는 기관단총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반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