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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대한민국 육군과 해병대 주력전차- K-1/K-1A1 전차

K-1/K-1A1 전차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군은 구소련제 전차인 T-34 전차 240여 대를 앞세우고 38선을 돌파했다. 북의 전차들은 우리 군의 방어선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전쟁 발발 3일 만에 수도 서울에 나타났다. 북한군 전차에 밀려, 결국 우리 군은 낙동강 전선으로 후퇴했다. 이후 3년간의 치열한 전투 끝에,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다. 그러나 북한군 전차는 여전히 우리 군의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이다. 특히 수량 면에서 북한군 전차는 여전히 우리 군을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는, 더 이상 우리 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우리 군에게는 한반도 최강의 전차인 K-1과 K-1A1 전차가 있기 때문이다.

 

K-1 전차의 개량형, K-1A1전차의 주포인 120mm 활강포가 불을 뿜고 있다. <출처: 국방일보>

 

 

한국형 전차의 개발


남북한의 긴장이 한창이던 1970년대 초, 북한은 1,600여 대의 전차를 보유했다. 이와 함께 북한 자체적으로 전차를 생산할 능력을 갖추었다. 반면 당시 우리 군은 전차 수량 면에서도 열세였고, 성능 또한 북한군 전차에 비해 부족했다. 결국 박정희 정권 당시인 1975년 7월 한국형 전차를 개발하기로 결정하였다. 한국형 전차 사업은 방호력, 기동성, 화력 면에서 제3세대 전차인, 독일의 레오파르트2전차(레오파드2전차)나 미국의 M1 전차 수준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국내에서는 이러한 성능의 전차를 설계할 기술과 경험이 부족했다. 결국 1976년 미 육군의 차기 전차인 M1 전차의 생산회사로 지정된, 크라이슬러 디펜스사(현 GDLS사)와 한국형 전차의 설계와 개발에 합의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형 전차 사업은 이후 88 전차 사업으로 불리게 된다. 여기서 88 전차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1984년 4월 2대의 시험용 전차가 제작되었고, 미 디트로이트 셀프릿지 주 공군 기지에서 열린 축하식장에서 첫 모습을 선보이게 된다.

 

미국에서 제작된 K-1 전차의 시제차량인 XK-1 전차. <출처: 레이시온사>

미 디트로이트 셀프릿지 주 공군 기지에서 열린 축하식장에서 첫 모습을 선보인 XK-1 전차. <출처: GDLS>

 

 

88 전차에서 K-1 전차로


미국에서 제작된 2대의 시험용 전차는 미 육군의 애버딘 시험장으로 보내져 각종 테스트를 수행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현대정공(현 로템사)이 미국의 생산기술을 지원받아, 5대의 전차를 생산하게 된다. 1985년 11월 3대의 전차가 군에 배치되어 군 운용시험에 투입되고, 나머지 2대는 국방과학연구소에 인도되어 기술시험에 들어간다. 기술지원과 부대시험을 성공리에 마친 88 전차는, 이후 K-1 전차라는 제식 명칭을 부여 받는다. K-1 전차는 1987년 7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게 된다. 서울 올림픽이 개최되기 정확히 1년 전인 1987년 9월 17일, 육군 승진 사격장에서 K-1 전차에 대한 명명식과 함께, 성능시범이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K-1 전차는 1,000여 대가 1990년대 중반까지 생산되었다. 이후 1996년 4월 26일에는 K-1 전차를 개량하여, 공격력과 방어력이 향상된 K-1A1 전차가 등장한다. K-1A1전차는 2002년부터 총 480여 대가 생산되었다.

 

1987년 9월 육군 승진 사격장에서 열린 K-1 전차에 대한 명명식 장면. <출처: 육군>

K-1 전차는 1,200마력 엔진을 장착, 최고 시속 65Km를 낸다. <출처: 김대영>

 

 

헌터-킬러 기능과 닐링 시스템

K-1 전차는 제3세대 전차의 기본적인 성능을 갖추고 있다. K-1 전차는 주포로 105mm 강선포(KM68A1)를 장착했다. 주포의 성능은 북한군의 주력전차인 T-55/62 전차는 물론, T-72 전차도 충분히 격파할 수 있다. K-1A1 전차의 경우 주포를 120mm 활강포(KM256)로 업-건(UP-GUN)해, 주변국의 주력전차와 대등한 공격력을 발휘한다. 또한 K-1 전차는 헌터-킬러 기능을 가지고 있다. 헌터-킬러 기능이란 포수가 사격 간 전차장이 새로운 표적을 조준하면, 사격이 끝난 즉시 주포가 전환되어 사격이 가능토록 한 기능이다. 헌터-킬러 기능의 장점은 사격 시간 단축은 물론, 다수의 표적과 교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헌터-킬러 기능을 적용한 미 육군 M-1A2 전차의 실험 결과, 헌터-킬러 기능이 없는 M-1A1 전차에 비해 공격력이 54%, 생존성이 100% 향상되었다고 한다. K-1 전차는 주간에만 헌터-킬러 기능이 가능했으나, K-1A1 전차는 전차장 조준경에 열영상 장치가 장착되어 야간에도 헌터-킬러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K-1 전차에는 닐링 시스템(Kneeling System)이 장착되어 있다. 보통 전차의 주포는 수직으로 -6도~+19도 범위 내에서 사격이 가능할 뿐, 이 이상의 하향사격이나 상향사격은 곤란하다. K-1 전차는 이러한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유기압 현수장치를 이용, 전차의 차체 높이를 낮추거나 높일 수 있다. 한반도의 산악지형을 고려한 독특한 특징이다. K-1 전차는 1,200 마력의 엔진을 장착하여 톤당 23.5마력을 자랑한다. 이를 통해 최고 시속 65Km의 속력을 낼 수 있다.

 

K-1 전차(좌)와 K-1A1전차(우). K-1A1전차가 주포가 더 크고, 전차장 조준경이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출처: 김대영(좌), 육군(우)>

 

 

K-1 전차 포탑의 간결한 형상


전차 방어력의 핵심인, 포탑 전면장갑은 K-1 전차 생산 초기 공간장갑이 사용되었다.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복합장갑이 밀봉상태로 미국에 의해 공급되었다. 그러나 이후 국산 복합장갑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장착하였다. 포탑의 측면 장갑은 공간장갑으로 제작되었다. 또한 K-1 전차의 포탑에는 포탑을 감싸 안은 듯이 설치된, 바스켓과 다용도 함이 일종의 보조 장갑역할을 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K-1과 K-1A1 전차는 북한군의 다양한 대전차 무기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또한 독특한 포탑의 모양으로, K-1 전차 포탑은 특유의 간결한 형상을 가지고 있다. K-1 전차는 다른 전차들과 달리 차고가 매우 낮다. 차고 높이가 낮다는 것은 포탑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얘기이다. K-1 전차는 작은 포탑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주포를 최대한 포탑 앞쪽에 설치했고, 포탑 내부의 공간낭비를 최소화했다. 작은 포탑은 은폐와 엄폐를 요하는 매복 작전과 이동 공격 시, 적에게 발각될 확률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전차 승무원의 거주성이 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구난전차와 교량전차

K-1 전차가 본격적으로 배치되면서, K-1 전차를 지원하기 위한 구난전차와 교량전차 등이 개발되었다. 구난전차는 전장에서 손상된 전차에 대해, 신속한 구난 및 정비임무를 수행한다. 크레인 시스템은 최대 25톤을 인양할 수 있다. 주 윈치는 활차를 이용하여, 최대 70톤까지 견인할 수 있다. 이밖에 전차를 수리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특수 장비 및 공구를 갖추고 있다. 교량전차는 K-1 전차의 차체 위에 가위형 교량을 탑재하고 있다. 가위형 교량은 영국의 기술지원을 받아 현대정공(현 로템사)에서 생산했다. 교량은 가설 장치에 의해 작동되며, 폭 4m, 길이 22m의 교량으로 60톤 차량의 통과가 가능하다. 교량은 3~5분 이내에 가설되며, 교량의 양편에서 회수가 가능하다.

 

구난전차. 전장에서 손상된 전차에 대해, 신속한 구난 및 정비임무를 수행한다.
<출처: 김대영>

교량전차. K-1 전차의 차체 위에 가위형 교량을 탑재하고 있다. <출처: 로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