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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최장수 폭격기- B-52 폭격기

B-52 폭격기

전장에서 가장 위협적인 무기는 바로 폭탄이다. 이런 폭탄을 적에게 보내기 위해, 사람들은 포탄을 개발하였고, 아니면 폭탄을 짊어지고 적진에 설치한 후에 돌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폭탄을 짊어지고 적진으로 돌격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포탄이 날아가는 거리도 한정되어 있었다. 누군가 날아가서 머리 위에서 폭탄을 떨어뜨린다면 가장 훌륭한 공격의 수단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비행기가 등장하자 군에서 해야 할 일은 명백했다. 적의 머리 위로 날아가서는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이렇게 폭격기가 등장했다.

 

 

폭격기 - 적의 머리 위에서 폭탄을 떨어뜨린다

폭격기란 지상과 해상의 목표물에 대하여 폭탄이나 미사일을 투하하는 군용항공기를 말한다. 폭격기는 전투기의 등장과 함께 1차 대전 당시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다. 발전이라고 하지만 기구에서 비행기로 바뀌었을 뿐, 수류탄이나 박격포탄과 같은 조그만 폭탄을 항공기로부터 직접 손으로 던지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것이 2차 세계대전이 다가오면서 폭격이 중요한 전투형태로 부각되었으며, 전략폭격을 위한 다양한 폭격기들이 등장했다. 일례로 영국 폭격기편대는 2차 대전이 벌어지는 6년간 약 20만회를 출격하여 95만톤 이상의 폭탄을 투하했다. 그리고 심지어 폭격기는 전쟁을 종결시키기도 했다. 당시 미군 최강의 전략폭격기였던 B-29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함으로써 ‘2차 대전의 종결자’가 되었다.

 

B-52는 미 공군이 보유한 가장 강력하고도 효율적인 장거리 폭격기이다.

 

 

B-52, 덩치 큰 못난이 뚱보

이런 폭격기의 역사에 가장 큰 방점을 찍은 것이 바로 미 공군의 B-52이다. B-52 스트래토포트리스(Strato Fortress)는 미군에서 가장 오래 운용해온 기종이다. 1952년 초도비행을 한 이후에 거의 60년 가량 비행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된 대수만 해도 744대에 이른다. 그런 이유로 B-52는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아들이 대를 이어 타는 폭격기로 유명해졌다. B-52는 최대 27톤 이상의 폭탄을 싣고 6,400km 이상을 날아가서는 폭격하고 돌아올 수 있다. 무려 8개의 엔진이 달린 83톤짜리 대형 폭격기인 B-52는 출력, 항속거리, 이륙중량이라는 3가지 측면에서 당대 최고를 기록한 역사의 산물이다. 무려 1,000km에 이르는 속력으로 B-52는 개발 당시에는 전투기들조차 쫓아오기 힘들었고, 공중급유장치가 장착되면서 거의 무한정으로 계속 비행할 수 있었다. 이런 단순함으로 인하여 B-52 폭격기는 ‘스트래토포트리스’라는 정식명칭보다 ‘BUFF(버프)’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BUFF는 ‘덩치 큰 못난이 뚱보친구 (Big Ugly Fat Fellow)’라는 의미이다.

 

1952년의 초도 비행을 한 YB-52 프로토타입 기체

B-52는 냉전 초기 핵폭탄을 탑재하고 북극 상공을 비행하던 비밀무기였다.

 

 

시대에 따라 임무도 각각

B-52는 미 전략공군사령부(Strategic Air Command)에 소속되어 핵공격임무를 수행했다. 이런 B-52들은 24시간 북극의 상공을 비행하면서 소련이 핵공격을 가할 때에 보복타격이 가능하도록 언제나 초계비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베트남에 미군이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핵폭격을 전담하던 B-52는 재래식 폭격임무까지 수행하게 되었다. B-52D형의 경우 기체개수작업을 통하여 무려 108발의 폭탄을 탑재하게 되면서 융단폭격이 가능해졌다. 특히 B-52 폭격기 편대는 라인베커II 작전(미군이  1972년 12월 북베트남에서 수행한 대규모 공습 작전)에서 729회를 비행하면서 무려 1만5천 톤 이상의 폭탄을 쏟아 부었다. 심지어는 이 작전에서 B-52 폭격기들은 방어용인 후방의 50구경 4연장 기관총으로 2대의 MiG-21 전투기를 격추시키면서 공대공 격추기록까지 세우기도 했다.

 

B-52는 베트남전에서 재래식 폭탄을 투하하며 융단폭격의 대명사로 자리잡는다.

B-52는 걸프전부터는 순항미사일 등 정밀유도무기체계의 플랫폼으로도 사용된다.

 

 

베트남전 이후에 B-52는 다시 핵폭탄을 투하하는 핵전쟁의 주역으로 활약하다가 수난을 맞이한다.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무려 365대의 B-52 폭격기가 해체되어야만 했다. 한편 걸프전 당시에도 B-52는 두드러진 활약을 했다. ‘사막의 폭풍’ 작전 기간 동안 미 공군에 남아있던 B-52 80여대가 동원되어 1,600여 회의 비행하며, 2만5천 톤의 폭탄을 투하했는데, 이것은 다국적군이 투하한 폭탄 가운데 약 40%에 해당한다. 또한 B-52G 7대가 미국 본토로부터 무려 35시간을 비행하여 AGM-86C 순항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당시 최장의 전투비행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B-52는 이라크군의 공항과 도로를 폭격하면서 300피트까지 고도를 낮추면서 폭격을 하기도 했다.

 

 

2040년까지 현역


21세기에 들어서는 현역에서 물러날 듯 했던 B-52는 다시 일선의 부름을 받았다. 9.11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군이 아프간으로 파견된 것이다. 특히 B-52 폭격기는 적의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2000파운드(약 1톤) 폭탄을 최대 24발까지 탑재할 수 있었고,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F/A-18들과는 달리 오랜 시간 체공하면서 지상의 특수부대가 지정한 목표에 대하여 정밀타격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B-52는 21세기 전쟁에서도 줄기차게 활약하고 있다.

 

 

대테러전쟁을 맞이하여 B-52는 근접항공지원을 위해 초계비행이 가능한 ‘하늘 위의 정밀포병’으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아프간 전쟁초기에 투하된 전체 폭탄 가운데 72%가 겨우 18대의 항공기(B-52 10대와 B-1 8대)에서 투하되었다. 이 사실만으로도 B-52가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라는 것이 충분히 입증될 것이다. 미군은 여전히 B-52를 애용하고 있고 최소한 2040년까지는 사용하고 싶어한다. B-52와 B-1을 대체할 차세대 폭격기는 아직도 실전배치까지는 요원한 현실이다. 게다가 B-52만큼 효율적이면서 운용비용이 저렴한 기체도 드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