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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함정을 공격하는 미사일-대함미사일

대함미사일

제3차 중동전 중이던 1967년 10월 21일 이집트의 포트사이드항 인근에서 무력시위 중이던 이스라엘 구축함 에일라트(1730t급)를 향해 네발의 미사일이 날아왔다. 1960년대 중반에 이집트 해군이 구 소련으로부터 도입한 코마급 미사일 고속정에서 발사된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SSN-2)이었다.

 


대함미사일,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다윗의 병기


미사일 공격을 받은 에일라트는 승무원 190명 중 47명 전사, 41명 부상이라는 큰 인명피해를 입고 침몰했다. 100t도 안되는 소형 미사일정이 2000t에 육박하는 함정을 격침,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순간이었다. 스틱스 미사일은 4년 뒤인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인도 해군이 발사한 13발의 스틱스 미사일 가운데 12발이 파키스탄 함정에 명중된 것이다. 이로써 스틱스는 함정을 잡는 세계 최초의 실용 대함미사일로 한동안 대함미사일의 대명사가 됐다.

 

코마급 고속정에서 발사되는 스틱스 미사일.

스틱스 미사일의 발사장면.

 

 

대함미사일의 원조급 무기들


물론 스틱스 이전에도 대함 미사일의 원조로 불리는 무기들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개발한 Hs-293가 그것이다. 독일이 1943년부터 사용했던 Hs-293는 길이 3.6m로 로켓모터를 장착해 시속 900km의 속도로 목표물을 공격했다. 자체 추진기관이 없어 엄밀하게 미사일로는 보기 힘들지만 미사일처럼 연합국 선박을 공격했던 ‘프리츠-X(Fritz X)’도 대함미사일의 원조로 꼽힌다. 무선 리모컨으로 조종됐던 프리츠-X는 1943년 4만5000t급 이탈리아 전함을 2발의 명중탄으로 격침시켜 위력을 과시했다.

 

Hs 293, 로켓엔진을 장착한 글라이더형 미사일. 후기형은 무선 유도가 가능.

프리츠-X, 투하 후 무선 유도로 낙하지점을 조정할 수 있다.

 

 

대표적인 대함미사일- 하푼, 선번, 엑소세

스틱스의 놀라운 전과 이후 세계 각국은 대함 미사일을 앞다퉈 개발해 다양한 대함 미사일이 등장했고 계속 신형 미사일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미국의 하푼, 러시아의 3M80 선번, 프랑스의 엑조세 등을 들 수 있다. 미국의 하푼은 프랑스 엑조세와 함께 서방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돼온 대함 미사일이다. 신형인 하푼 블록Ⅱ는 사정거리가 150km로, 2003년 실전배치됐다. 길이 4.6m, 직경 34cm로 최대속도는 마하 0.9다. 수상 목표물은 물론 육상 표적도 공격할 수 있고 정확도가 향상돼 50km 밖에서 10m의 정확도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도 10m는 목표물을 중심으로 100발의 미사일을 쐈을 때 50발은 목표물 반경 10m 이내에, 나머지 50발은 반경 10m 밖에 떨어진 얘기다. 

 

선번 대함미사일.

엑조세 대함미사일.

 

 

러시아의 3M80 선번은 초음속으로 공격해 요격이 힘들고 강력한 파괴력을 가져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미사일이다. 러시아가 막강한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했다. 수면 위 7m의 낮은 고도에서 마하 2.5의 초음속으로 비행하고 공격 직전에 적 함정의 단거리 대공미사일 공격을 회피하기 위한 급격한 기동을 한다. 5000t급의 대형 함정도 단 한 발로 무력화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사정거리는 90~160km이고 러시아, 중국 등이 보유하고 있다. 길이 9.4m, 직경 76cm의 대형 미사일이다. 러시아는 선번보다 작아 잠수함보다 다양한 함정에 탑재할 수 있도록 정확도가 향상된 신형 초음속 대함 크루즈미사일 3M54E 클럽도 개발했다.

 

프랑스 엑조세 미사일은 포클랜드 전쟁 때 아르헨티나군이 사용, 영국의 최신형 구축함을 격침시켜 유명해졌다. 원래 사정거리는 70km이지만 180km로 늘린 신형 블록Ⅲ형이 개발되고 있다. 길이 5.9m, 직경 35cm다.

 

 

동북아 각국의 대함미사일

1990년에 90식 대함미사일을 개발했던 일본도 XASM-3라는 신형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 중인데 항공기에서 발사되는 공대함 미사일이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도입한 소브레메니급 구축함에 선번 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해 미 항모 전단을 견제하고 있으며, 역시 미 항공모함을 겨냥한 HY-3A라는 대형 미사일도 개발했다. 대만도 슁펭-Ⅲ라 불리는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했는데 마하 2의 속도로 비행하고 사정거리도 300km에 달한다.

 

일본 XASM-3 대함 미사일.

 

 

국산 대함미사일 해성

한국 해군의 경우 미국제 하푼과 프랑스제 엑조세 미사일을 도입해 구축함, 호위함, 고속함 등에 탑재해 사용해왔으며 2003년 이후 국산 대함미사일 해성을 배치하고 있다. 해성은 1996년 이후 8년간 개발됐다. 2003년 8월 해군 초계함에서 발사된 해성 미사일이 70km 떨어진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시켜 성능을 입증했다. 해성은 우리 해군의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비롯, 한국형 구축함 등에 속속 배치되고 있다.

 

국산 해성 대함 미사일.

 

 

미국의 하푼과 대등한 성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해성은 사정거리 150km, 순항속도는 마하 0.8로 수면 가까이 낮게 비행해 요격하기 힘들다. 국산무기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는 해성을 발전시킨 국산 초음속 대함미사일도 2000년 이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러시아, 일본, 대만 등 주변국이나 인접국이 모두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기 때문에 개발이 더욱 필요해졌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