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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하는곳

1967, 사랑의 여름

40년 전 요맘때

'사랑의 여름 '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바이러스가

미국 전역을 휩쓸고 지나간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록, 히피, 싸이키델릭 문화가 세상에 정착되었다.

역사책에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지만

그대로 넘어가 버릴 수 없는 이 대사건을

잠깐 정리해 본다.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였던 티모시 리어리는 1950년대 말부터 환각물질 LSD에 관한 연구에 몰입하며, 인간 상호작용에 환각제의 긍정적 작용을 주장해 왔다. 그의 이론은 너무나도 유명한 세 가지 캐치 프레이즈로 요약된다.

 

Turn On (약물을 들이켜라),

Tune In (몽롱함에 몰입하라),

Drop Out (뿅가서 탈출해 버려라)

 

그는 하버드에서 당장 쫓겨났지만 그의 이념과 LSD는 당시 반항과 일탈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전후 대번영의 시기에 태어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은 성장을 마친 60년대부터 기성의 모든 체제에 반항하는 새로운 문화를 꿈꾸고 있던 중이었다. 로큰롤과 프리섹스는 이미 그들의 무기가 되었고, 이제 바야흐로 '약물'이라는 더 크고 강력한 무기가 마련되는 순간이었다.

 

 

Timothy Leary, 1920-1996

60년대의 아이콘이자 마약과 히피문화의 기수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출마할만큼 추종자들이 많았다.

마약때문에 복역도중 탈옥하기도 한 Prison Break의 신화!

총 1백년 형을 언도받았던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

자신의 사망순간을 전세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고자 했던 그의 유골은

1997년 4월 카나리 섬에서 발사된 로켓에 실려

저 멀리 우주공간으로 날아갔다.

 

  

 

 

 

1967년 1월 14일, 샌프란시스코의 골든 게이트 파크에서는 'Human Be-In'이라는 거대규모의 집회가 열린다. 새로운 이념에 동참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단합을 위한 아지테이션 & 데몬스트레이션 축제였다. 티모시 리어리가 환각의 이념을 설파하였고, 비트시인 알렌 긴즈버그(Allen Ginsberg) 등이 이에 동참하여 불을 질렀다. 그리고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 중이던 록밴드들 - 제퍼슨 에어플레인, 그레이트풀 데드, 퀵실버 메신저 서비스  등 - 이 무대 위에서 관중들을 흥분시키는 새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이것은 하나의 파티를 뛰어넘어 거대한 혁명의 도화선이 되는 사건이 되었다.

 

 

이후 환각과 자유, 록음악을 원하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캘리포니아로 모여들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그 중에서도 헤이트거리와 애쉬베리 거리는 '뽕문화'의 온상지였다. 헤이트와 애쉬베리가 만나는 교차점에 있던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의 하숙집 아파트는 록밴드, 화가, 작가들이 모여들어 우굴거리는 아티스트의 합숙소가 되었다.    

 

 

   

그레이트풀 데드의 리더 제리 가르시아(Jerry Garcia, 1942-1995)

그들 덕분에 헤이트&애쉬베리는 록음악의 성지, 20세기의 몽마르뜨르가 되었다.

 

 

 

 

 

서로의 힘을 확인하게된 그들은 이제 더 큰 문화혁명을 준비한다. '사랑의 여름(Summer of Love)'이라 명명된 한층 거대하고 폭발적인 축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 하일라이트는 1967년 6월 16일부터 18일까지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 카운티 페어그라운드에서 열렸던 '몬터레이 페스티벌 (정확한 명칭은 'The Monterey International Pop Music Festival')' 이었다.

 

 

* 당시 행사포스터

 

 

이 콘서트의 기획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존 필립스 (John Phillips, 그룹 '마마스앤 파파스'의 리더)는 페스티벌의 사전홍보를 위해 노래를 하나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저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였다.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You're gonna meet some gentle people there

 

샌프란시스코에 가시려면

머리에 꽃을 꽂는 걸 잊지 마세요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착한 사람들을 만나게 될 거예요



For those who come to San Francisco
Summertime will be a love-in there
In the streets of San Francisco
Gentle people with flowers in their hair

샌프란시스코에 오시면

여름 내내 사랑의 모임이 계속돼요

샌프란시스코의 거리에는

사람들 모두 머리에 꽃을 꽂고 있죠

 


All across the nation such a strange vibration, People in motion

There's a whole generation with a new explanation, People in motion...

 

온 땅을 가로질러 신기한 울림이 퍼져요,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이지요

전 세대에 새로운 폭발이 일어나요, 사람들은 이를 느껴요...

 


 

얼마전(아니, '오래전'인가?...) 유동근, 황신혜 주연의 드라마 '애인'의 주제곡으로 사용돼 국내에서도 히트친 이 노래는, 사실은 1967년 '사랑의 여름'의 축제 주제곡이었던 것이다. 그 해 5월 빌보드 싱글차트 4위(영국에서는 1위)까지 오르는 이 노래 덕분에 사람들은 모두 '사랑의 여름'을 알게 되었고, 너도 나도 머리에 꽃을 꽂고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들었다. 이제 이들에게는 '히피'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고, 그들의 음악도 더 이상 '록큰롤'이 아닌 '록'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인식되었다. 환각과 도취에 기반한 '사이키델릭(psychedelic)'은 그들 문화의 기본코드였다.

 

몬터레이 페스티벌은 대성공이었다. 더 버즈, 제퍼슨 에어플레인, 더 후, 버팔로 스프링필드, 그레이트풀 데드, 마마스앤 파파스, 라비 샹카, 오티스 레딩 등 당대를 대표하는 가수들이 총출동했다. 지미 헨드릭스가 시애틀로부터 달려와 기타에 불을 지르는 신기에 가까운 묘기연주를 보여준 것도 이 무대였고, 쌩짜 신인 재니스 조플린이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심금을 울리는 블루스를 선보인 것도 이 무대였다. 

 

 

바로 이 장면!

기타에 불을 지르는 퍼포먼스 중인 지미 헨드릭스

(1987년, 몬터레이 페스티벌 20주년 기념으로 발간한 <롤링스톤>지의 표지)

 

 

 

몬터레이 페스티벌은 무려 2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관객동원을 통해 '히피문화'의 시작을 전세계에 알렸으며, 이후 벌어질 '우드스탁 페스티벌(1969)'의 토대가 되었다. 당시 <타임>지는  "히피-반문화의 철학(The Hippies : Philosophy of a Subculture)"이라는 제목으로 이러한 경향을 커버스토리로 심층취재하였다. 

   

 

 

 

대학교 이름은 까먹었는데... 하여튼 미국 동부 어느 명문대학교의 60년대 캠퍼스풍경이다.

너도나도 히피가 되었던 시절이다.

 

 

 

 

이후 히피는 단순한 일탈을 꿈꾸는 망나니 젊은이들에서 진지한 사회개혁을 부르짖는 급진파 그룹으로 진화, 확산된다. 당시 베트남 전쟁과 군대파견을 반대하는 반전시위의 앞장에 선 것도 이들이었다. 그들은 군인과 경찰에게 뭇매를  맞으면서도 어깨동무를 하고 진압군에게 다가가 그들의 총부리에 꽂을 꽂는 비폭력 시위행진을 계속하였다. 대다수 기성 세대에게 섹스와 마약, 로큰롤 놀이에 불과해 보였던 '사랑의 여름'은 결국 새로운 공동체와 사회 혁명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만약 '사랑의 여름'이 없었다면 이후 지금까지의 모든 문화적 양태들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을 것이다.  

 

 

 

 

40년 전 여름,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났던 대사건 하나를

이제 캘리포니아를 떠나며 추억해 보았다.

 

 

 

 

 

 

 

형들이 모이면
술마시며 밤새도록 하던 얘기
되풀이해도 싫증이 나질 않는데


형들도 듣기만 했다는
먼 얘기도 아닌

바로 10여년전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안에 어떤곳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꽂았다고


거리에 비둘기 날고

노래가 날고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그건 정말 멋진 얘기야

 

 


그러나 지금은 지난 얘기일 뿐이라고
지금은 달라

될수가 없다고
왜 지금은

왜 지금은

난 보고싶은데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전인권, <추억들국화> 중 

'머리에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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