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을 하는곳

사진의 생일

오늘(8월 19일)은 사진의 생일이다.

사진에 어떻게 정확한 생일이 있을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오늘은 분명,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공식적인 사진의 생일날이다.

 

사진이 태어나기 전

태초에 카메라가 있었다.

 

서양에서는 일찍부터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 라틴어로 ‘어두운 방’이라는 뜻)'라는 발명품이 만들어져 왔다. 이는 '핀홀카메라(바늘구멍 사진기)'의 원리를 이용해 그림을  얻는 도구인데, 주로 화가들에 의해 사용했다.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얻어진 상(像)을 베껴서, 풍경화나 정물화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최초의 사진술을 개발한 사람은 프랑스의 과학자 니세포르 니엡스(Joseph Nicéphore Niépce, 1765-1833)이다. 그는 1810년대부터 사진술 개발에 몰두해 마침내, 투명한 백납판 위에 감광성 도료(빛이 닿으면 색상이 변하는 물질)를 발라 태양광에 장시간 노출시켜 그림을 만드는 기술을 고안하였다. 그는 이 신기술에 대해 '태양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뜻의 '헬리오그라피(Heliography)'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것은 1826년에 니엡스가 만든 최초의 헬리오그라피 작품 '창가에서 본 조망'이다. 여름 낮, 햇빛이 강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기술로는 무려 8시간의 노출을 주어야만 했다고 한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양 편의 건물이 모두 밝고 그림자가 양쪽으로 드리워져 있는데, 이는 8시간 동안 태양이 긴 거리를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 역사적 사진은 그 동안 암흑 속에 묻혀있다가 1952년에 비로소 발견돼, 현재는 미국 텍사스 대학교에 소장되어 있다.


니엡스가 새로운 사진술을 발명하였다는 소식은 곧 전국에 퍼졌다. 그 가운데에는 그 동안 카메라 옵스큐라를 이용해 작업해 온 화가들의 관심이 가장 컸다. 1827년, 니엡스를 찾아 온 한 화가가 있었다. 다게르(Louis Jacques Daguerre, 1787-1851)라는 이름의 화가는 자신이 헬리오그라피에 얼마나 큰 관심이 있는지 피력하고, 함께 사진술을 연구하자고 제안했다. 그리하여 1829년 12월, 다게르와 니엡스는 사진 발명을 목적으로 한 합자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당시의 계약조건들을 보면 사진술의 개발로 얻어질 이익금을 똑같이 나누어 갖는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를 보면 두 사람이 사진 발명의 상업적 가치에 대해 얼마나 큰 확신을 갖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니엡스와 다게르의 공동 연구는 실용성이 없는, 장시간 노출을 필요로 하는 헬리그라피를 개량하여 단시간 노출로 화상을 만든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니엡스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한 채 1833년에 세상을 떠났다.


1837년, 다게르는 마침내 기존 방식의 단점을 크게 보완한 새로운 사진술 개발에 성공하였다. 이것은 연마한 은판의 표면에 요오드화은의 감광막을 만들어 노출시키는 방식의, 근대적 '은판(銀板)사진술'이었다. 이제 10-30분이라는 획기적으로 짧아진 노출시간으로 원하는 상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이 신기술을 자신의 이름을 따 '다게레오타입 (Daguerreotype)'라 명명하였다.  
  
 
 

* 최초의 다게레오타입 사진 <아티스트의 작업실> (1837)

 


 

* 최초의 다게레오타입 사진 <탕플대로의 광경> (1838)
 
 
 
1839년 8월 19일 파리.
프랑스의 국립 학술원인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과학 아카데미와 미술 아카데미의 합동 회의를 거쳐 다게레오타입을 공인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다게레오타입을 매수하고, 다게르에게는 6,000프랑, 니엡스의 아들 이시도르에게는 4,000프랑의 종신 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으로 사진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공식적으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빛으로 그린 그림' 이라는 뜻의 '포토그래피(Photography)'라는 말 역시, 이 당시 회의보고서에 처음 등장한 용어였다. 오늘은 포토그래피가 태어난 지 꼭 166년 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