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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하는곳

두 개의 모나리자



*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삼척의 동자들도 다 아는, 너무나도 유명한 그림, 모나리자.
유럽인들은 '지오콘다'라고 부르기를 더 줗아하는 이 그림에 대해서는
수많은 뒷얘기들이 숨어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 두 가지는
이것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며 
현재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보관중이라는 것이다.
 
'루브르 모나리자'와 관련돼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그것이 진짜 <모나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루브르에 전시된 그림이 복제품이나 모조품이라는 게 아니라
500년 전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모나리자>라고 불러왔던 다빈치의 그림은 따로 존재한다 ....는 주장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라파엘로의 <모나리자> 스케치
 
 
이것은 라파엘로가 1504년 경 다빈치의 화실에서 <모나리자>를 보고 감명받아 잠깐 스케치 해둔 그림이다. 라파엘로는 아마도, 자신도 후에 <모나리자>와 같은 작품을 그리겠다고 생각해서 살짝 베껴뒀던 것 같다. 후에 그는 <외뿔송아지를 안고있는 여인>과 같은 작품 속에서, 미리 스케치해 둔 <모나리자>의 많은 요소들을 모방했기 때문이다.
  
 
*라파엘로의 <외뿔송아지를 안고있는 여인> (1505-1506)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인물 뒤에 있는 두 개의 그리스식 기둥이다. 이 기둥들은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것들이다. 어째서 원본에는 없는 그림이 나중에 들어가 있는 걸까?
 
혹시 라파엘로가 스케치를 하면서 자신의 상상력으로 그려넣은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원래 다빈치는 (라파엘로가 찾아왔을 당시까지는) 이 기둥들을 그리고 있었는데, 나중에 맘이 바뀌어 지워버린 것일까? 
 
어느 것이나 가능성은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별로 관심을 둘 만한 내용은 아닌 것 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이후 놀라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1차 대전 직전인 1914년, 영국의 휴 블레이커라는 미술상은 서머셋주의 어느 귀족의 대저택에서 특이한 그림 한 점을 발견하였다. 그는 이것을 싼 값에 입수하였고, 아일워스(Isleworth)의 그의 화랑에 소중하게 간직하였다. 이것이 지금껏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일명 <아일워스의 모나리자>라는 작품이다. 
 
 

* 아일워스의 모나리자

 
이것은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보다 크고, 훨씬 가벼운 터치로 그려져 있다. 마치 미완성인 것처럼... 
이 그림의 배경에는 두 개의 그리스 기둥이 서있다. (여기에 올린 JPG파일에는 비율상 한쪽 기둥이 잘려져 있지만, 원본 작품에는 두 개의 기둥이 있다) 그렇다면 바로 이것이, 라파엘로가 베껴그렸던 그 <모나리자>가 아닐까?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건축가인 바사리(Giorgio Vasari, 1511-1574)는 자신이 활동했던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미술가들의 생애를 모아 <미술가 열전()>(1550)이라는 전기집을 냈는데, 이 기록에 따르면 다빈치는 모나리자를 그리는데 4년을 소비했고, 미완성인 채로 화필을 던졌다고 한다. 미완성?... 루브르의 <모나리자>는 분명한 완성품이다. 오히려 <아일워스의 모나리자>는 미완성 처럼 보이는데....
 
심지어 바사리는 자신이 본 <모나리자>를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눈은 현실의 삶에서 항상 볼 수 있는 그 반짝임과 윤기를 지니고 있고,
콧마루와 아름다운 콧 속은 장밋빛으로 요염하다.
입주위는 위아래의 붉음으로 인해 얼굴빛에 녹아들고
색으로 칠했다기 보다는 살아있는 육체의 존재 그 자체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묘사만 보면, 바사리가 본 것은 루브르보다는 아일워스의 모나리자에 가깝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그는 "모나리자의 속눈썹은 너무나도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라고 했는데, 루브르 버전에는 속눈썹이 없다. 그 때문에 수세기 동안, 많은 사람들은 바사리가 본 것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모나리자>가 아닌 다른 작품이 아니었을까 의구심을 가져왔다. 그런데 <아일워스의 모나리자>가 발견됨으로써 새로운 가설들이 득세하게 된 것이다.   
 
<모나리자>의 주인공은 플로렌스의 은행가 프란시스 델 조콘도의 부인 '라 지오콘다(La Gioconda)'라고 한다. 그리하여 <모나 리자>는 일명 <지오콘다>라는 이름으로 불려왔으며, 이 둘은 동의어인 것 처럼 쓰여왔다. ('모나리자'의 '모나(monna)'는 부인에 대한 경칭이며, '리자'는 영어의 '엘리자베스' 정도에 해당하는 여자이름이다.)
그런데, 역시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이탈리아의 화가 로마초(Giovanni Paolo Lomazzo, 1538-1600)가 1584년 발표한 미술비평서인 <Trattato dell'arte della pittura, scoltura et architettura >를 보면 '지오콘다와 모나리자'라는 표현이 나온다. 즉 <지오콘다>와 <모나리자>는 엄연히 다른, 두 개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혹시 우리가 알고있는 루브르의 <모나리자>는 실은 <지오콘다>라는 작품이며, <아일워스의 모나리자>가 진짜 <모나리자>인 것은 아닐까?  
 
 
이러한 의문은 에이레(J. R. Eyre)라는 연구가가 1923년, <두 개의 모나리자 (THE TWO MONA LISAS - which was Giacondo's picture? : ten direct, distinct, and decisive data in favour of the Isleworth version, and some recent Italian expert opinions on it)>라는 책을 내놓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아일워스의 모나리자>는 1962년, 회화수집가인 헨리 F. 퓰리처 박사가 주재하는 스위스의 신디케이트에서 수백만 파운드를 들여 다시 사들였다. 그 결과, 이제는 아일워스에서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아일워스의 모나리자>라고 불린다. 마치 <지오콘다>를 <모나리자>라고 부르고 있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