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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강력한 힘의 상징-샷건(shotgun,산탄총)

산탄총(샷건)

샷건, 즉 산탄총이란 탄환이 흩어지도록 발사하는 총기를 말한다. 보통 총이란 정확히 목표물에 명중해야 하는 것이 본래 역할인데 왜 흩어지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총기의 역사를 살짝 훑어볼 필요가 있다.

 

(위) 샷건의 대명사 레밍턴 870 모델. 펌프액션 방식. 경찰과 군에서 널리 사용되어 왔다.
(아래) 군용 산탄총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쓴 윈체스터 M1897 ‘트렌치 건’. 펌프액션 방식.

 

 

샷건의 역사

보통 총기의 역사에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머스킷이다. 머스킷은 총열 앞으로 장약과 탄환을 넣는 방식이어서 장전에 시간에 많이 소요되었고 명중률도 형편없었다. 15세기에는 이런 머스킷으로 사냥을 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멈춰 있는 표적을 맞히기도 어려운 머스킷으로, 날아다니는 새나 뛰어다니는 들짐승을 잡는 것은 아주 운이 좋거나 사격술의 최고 경지에 이른 사람뿐이었다. 날아다니는 새를 총으로 잡는 사격수를 가리켜 ‘스나이퍼’라고 일컫게 된 유래만 봐도 그러하다.


하지만 인간에게 불가능은 없는 법. 탄환을 한 발 넣는 대신에 여러 발의 작은 탄환을 넣어 발사하면 탄환들이 흩어지면서 날아가는 새도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작은 탄환을 샷(shot) 또는 벅샷(buckshot)이라고 불렀고, 이런 샷을 발사하는 총을 파울러(fowler)라고 불렀다. 즉 파울러는 새를 잡기 위한 용도로만 만들어진 총기였다.


한편 파울러보다 총열이 짧은 블런더버스(Blunderbuss), 즉 나팔총이 등장했다. 나팔총은 총구부분이 나팔처럼 벌어져서 넓게 산탄을 퍼뜨릴 수 있어서 근거리에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평가되었다. 이에 따라 해적이나 수병이 애용하는 총기가 되었다. 이런 파울러와 블런더버스는 결국 샷건(shotgun), 즉 산탄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샷건의 종류

샷건은 작동방식에 따라 크게 펌프액션, 브레이크액션, 레버액션, 그리고 자동(반자동) 등으로 나뉜다. 그 내용은 간단히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물론 이런 4가지 분류가 모두는 아니다. 단발방식이나 볼트액션의 엽총도 있고, 펌프액션과 반자동이 혼합된 비넬리 M3 같은 모델도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탄환을 장전하는 반자동 산탄총도 실전에서 매우 유용하다. 사진은 M1014 샷건으로 훈련 중인 미 해병대원의 모습.

클레이나 수렵 등에 애용되는 쌍열의 산탄총. 가운데를 꺾어서 탄환을 장전하는 중절식 브레이크액션 방식이다. <출처: © Commander Zulu at Wikipedia>

 

 

자위 무기에서 공격무기로

샷건이 생활도구로 자리 잡은 나라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식민지 개척 시절부터 샷건은 모든 개척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생존수단이었다.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던 신세계에서 샷건은 수많은 사냥감들을 식량으로 만드는 수단이었다. 더 나아가 토착민들의 기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 되었다. 샷건은 사격술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한발씩 탄을 장전하여 쏘는 것보다는 여러 발의 탄환을 넣어 한꺼번에 쏘는 것이 더욱 목표물에 적중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독립전쟁에서 조지 워싱턴 장군은 머스킷에 탄환을 1개만 넣어 쏘는 대신 커다란 탄환 한 발에 3개에서 6개의 벅샷을 넣어서 영국군에게 쏘게 했는데, 이런 장전방식은 ‘Buck and Ball(벅 앤 볼)’이라고 불렸다.

 

사거리는 짧았지만 본격적인 군용소총이 개발되기 전까지 산탄총은 군대에서 폭넓게 사용되었다. 특히 윈체스터 M1897 같은 펌프액션 샷건이 등장하면서 군대의 근거리 전투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다. 이런 전투용 산탄총이 본격적인 활약을 펼친 것은 1차 세계대전이었다. 트렌치건(Trench Gun)이라고 불린 펌프액션 산탄총들은 짧은 크기 덕분에 참호 안에서도 조준하면서 기동하기 편리했고, 근거리에서 살상 효과는 뛰어났다. 미군 병사들은 원거리에서 효과적이지만 근거리에서 쓸모 없는 스프링필드 볼트액션 소총보다 트렌치건을 더욱 선호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도 샷건은 활약을 계속했다. 남태평양의 정글에서 미 해병대는 샷건으로 일본군을 섬멸해나갔다. 한편 샷건은 대공포사수의 훈련용으로도 사용되었는데, 사수들은 이동하는 트럭에서 역시 이동하는 클레이 표적을 맞추면서 사격구역을 예측하는 훈련을 했다. 물론 자동소총이 발전하면서 샷건은 더 이상 보병의 주력 무기로 선호되지 않으나, 뛰어난 살상능력으로 근접전이나 기지 경비와 같은 임무 등에는 아직도 활용되고 있다.

 

(위) 레버액션식 샷건인 윈체스터 M1887. 레버를 아래위로 움직여 장전한다.
(아래) USAS-12. S&T대우(舊 대우정밀)에서 생산되었던 완전 자동 산탄총.

 

 

대태러임무에서 다시 각광받는 샷건

한편 1970년대부터 시작된 대테러임무의 열풍으로 인하여 샷건은 다시 군으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다만 그 범위는 대테러임무라는 분야로 매우 한정되었지만, 그 용도는 확장되었다. 더 이상 사람만을 쏘는 것이 아니라, 잠기어 있는 출입문을 개방하거나 최루탄이나 섬광탄을 발사하는데 샷건이 활용되었다.

 

샷건은 대테러임무에서 출입문 개방 등에 자주 활용된다.

 

 

우리 군은 아쉽게도 샷건과는 인연이 깊지 않은 편이다. 707 특임대나 UDT/SEAL 특임대, 경찰특공대, 해양경찰특공대 등 대테러부대는 출입문 개방 등의 용도로 샷건을 운용하고 있다. 한편 우리 군에서 산탄총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요원들이 공군에 있다. 바로 배트맨이다. BAT(Bird Alert Team)은 산탄총을 사용하여 새들을 쫓아보내면서 공군기지의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를 방지하고 있다.

 

한편 산탄총은 라이엇건(Riot gun)이라고 불리면서 시위진압 등에 사용된다. 강철제 벅샷 대신에 고무탄을 넣은 비살상 탄환을 활용하면 최소한 사망의 위험은 지극히 감소되는데, 이외에도 최근에는 빈백 라운드(Bean bag round; 콩주머니 탄환)나 바톤 라운드(Batton round; 몽둥이 탄환) 등과 같은 에너지성 비살상무기가 더 애용된다. 여기에 더하여 전기충격기를 산탄 형태로 만들어 발사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품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