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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대전차 로켓포- RPG-7

RPG-7

RPG-7 대전차 로켓포는 값싸고 튼튼하며 쓰기 쉬워 정규군과 비정규군 모두에게 사랑받는 유일무이한 대전차 화기이다. 훌륭한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RPG-7에 대한 일반인의 이미지는 좋지 않다. 테러리스트와 반군 그리고 최근에는 소말리아 해적들까지 이들을 떠올릴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RPG-7 대전차 로켓포를 들고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RPG-7 대전차 로켓포는 정규군(좌)에게도 비정규군(우)에게도 사랑받는 무기이다.

 

 

전차를 잡기 위해 탄생한 성형작약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최초로 전장에 전차가 등장하면서 전후 각국은 이 전장의 괴물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노력 가운데 나온 결과물 중 하나가 성형작약탄이다. 성형작약탄은 폭약을 특정한 모양으로 제작, 일정한 방향으로 폭발 위력이 집중되도록 만든 탄이다. 그 원리는 1880년대 미국의 먼로(Munroe)와 1910년대 독일의 노이만(Neumann)이 각각 발견하여 먼로 효과 혹은 노이만 효과라고 불린다. 먼로 효과란 간단히 말하면 철판에 폭약을 붙여서 폭발시킬 때보다, 그 사이에 약간의 빈 공간이 있을 때 철판이 더 잘 관통된다는 것이다.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공간의 형태는 깔때기(역원뿔) 모양이다. 이를 이용, 성형작약탄은 살상 면적은 좁지만 폭약의 힘으로 장갑을 뚫을 수 있는 강력한 관통력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비교적 소형의 발사체로도 전차의 장갑을 관통시킬 수 있는 경제적 무기이기도 하다.

 

성형작약탄의 단면(위)와 작동 원리(아래)를 보여주는 그림. 아래 그림과 같이 한쪽이 깔때기 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모양으로 폭약을
만들어 놓고, 반대쪽에 신관을 부착하여 폭발시키면 깔때기 입구 쪽으로 강력한 메탈 제트가 발생하여 관통력을 발휘한다. <출처: (cc) Harald Hansen>

 

 

RPG-7 대전차 로켓포의 원조는 독일의 판저파우스트

제2차 세계대전은 성형작약탄과 로켓이 결합된 대전차 로켓포가 최초로 전장에 등장한 시기였다. 미국이 개발한 바주카(Bazooka)와 독일의 판저파우스트(Panzerfaust)는 제2차 세계대전을 대표하는 대전차 로켓포이다. 이 가운데 특히 두각을 나타낸 대전차 로켓포는 독일이 개발한 판저파우스트였다. 판저파우스트는 비록 일회용 무기였고 사거리도 짧았지만, 보병 한 명이 간편하게 운용할 수 있고 당시 모든 전차의 장갑을 뚫을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싸운 구소련은 이 판저파우스트에 호되게 당했다. 전쟁이 끝난 1947년, 구소련은 입수한 판저파우스트를 바탕으로 구소련 최초의 대전차 로켓포인 RPG-2를 개발한다. 여기서 RPG란 러시아어로 휴대용 대전차 유탄 발사기란 뜻이다. 1949년 RPG-2 대전차 로켓포는 구소련 육군의 보병 제식장비로 채용되었다. 이후 1961년 RPG-2 대전차 로켓포의 사거리와 위력을 강화시킨 오늘날의 RPG-7 대전차 로켓포가 등장하게 된다.

 

RPG-7의 원조인 독일의 판저파우스트(좌)와 구소련 RPG-2(우)

 

 

대전차 로켓포의 베스트 셀러 RPG-7

RPG-2 대전차 로켓포의 바통을 이어받은 RPG-7 대전차 로켓포는 구소련 육군과 바르샤바조약기구 육군의 보병 제식장비로 사용되었다. RPG-7 대전차 로켓포는 구소련의 동맹국에도 판매되었다. 그리고 냉전시절 서방세계에 반대하는 테러리스트와 반군들에게는 유무상 공여 되었다. RPG-7 대전차 로켓포는 등장하자마자 베트남전에서 미군을 상대로 혁혁한 전과를 올렸고, 제4차 중동전인 욤키프루(Yom Kippur) 전쟁에서는 AT-3 새거(Sagger) 대전차 미사일과 함께 콤비를 이루어 800여 대의 이스라엘군 전차를 파괴했다.

 

RPG-7 대전차 로켓포. 위는 발사기, 아래는 포탄이다. 결합시켜 사용한다. <출처: (cc) Michal Maňas>

 

 

현재 RPG-7 대전차 로켓포는 러시아의 바잘트사에 의해 생산되고 있으며, 40여 개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와 함께 몇몇 국가들은 RPG-7 대전차 로켓포를 면허 생산하거나 혹은 복제 생산하였다. 이러한 대표적인 대전차 로켓포로는 중국의 69식 화전통과 북한의 7호 발사관 그리고 베트남과 B-41 대전차 로켓포가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에어트로닉사도 Mk 777이라는 이름으로 RPG-7 대전차 로켓포를 생산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적은 없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대전차 로켓포답게 RPG-7는 구하기도 쉽고 가격 또한 저렴하다. 아프리카나 중동의 암시장에서 판매되는 RPG-7 대전차 로켓포의 경우 발사기는 미화로 300달러 정도이고 포탄의 경우 25달러에서 50달러 정도이다. 한화로 약 4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한 세트를 구성할 수 있다.

 

 

신화를 만든 요술 방망이, RPG-7

RPG-7 대전차 로켓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같이 예상외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슬람 전사들과 당시 초강대국 중 하나였던 구소련 간에 펼쳐진 1979년의 아프간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이슬람 전사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구소련이 개발한 RPG-7 대전차 로켓포를 사용하여 구소련군을 끈질기게 괴롭혀, 결국에는 아프간에서 구소련군을 철군시켰다. 이후 RPG-7 대전차 로켓포는 1994년의 제1차 체첸분쟁에서는 러시아군, 그리고 2001년의 아프간전과 2003년의 이라크전에서는 미군을 상대하면서 강대국 군대에는 두려움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RPG-7 대전차 로켓포는 신화적 무기가 되었다.

 

 

RPG-7 대전차 로켓포는 원래 전차를 잡는 대전차 화기이다. 그러나 RPG-7 대전차 로켓포는 전차 이외의 다른 목표물을 공격하는데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1993년 소말리아의 모가디슈 전투에서 소말리아 반군들은 다수의 RPG-7 대전차 로켓포를 이용해 미육군의 특수전 헬기 블랙 호크 2대를 격추 시켰다. 영화 [블랙 호크 다운 Black Hawk Down]은 이 사건을 영화화한 것이다. 최근에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활개를 치면서 RPG-7은 함정 공격에도 사용되고 있다. 지난 1월 21일 해군 청해부대의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인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해군의 구축함 최영함에 가장 위협이 되었던 무기도 바로 RPG-7 대전차 로켓포였다.